"3기 신도시? 신혼부부 돈 없는데.." 대출규제, 선별 완화 목소리
정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를 최종 발표한 뒤 부동산 금융대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공급 물량을 늘리더라도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흙수저’ 신혼부부들은 어차피 주택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도 돈 있는 사람을 위한 공급 정책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선별적 완화’를 해결방법으로 제시했다. 신혼부부나 2기 신도시 미분양 물량 등 대출규제를 완화할 대상이나 물건을 지정해 적용하자는 것이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은 지난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공개된 입주자 모집 공고 기준으로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를 분석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단지의 비중은 48.8%를 차지했다. 지난해 29.2%였던 것과 비교하면 1.6배 껑충 뛴 수치다.
직방 측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분양가 9억원 초과의 물량도 자금조달에 부담이 크지만 9억원 이하도 계약금이 소형 오피스텔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금융규제까지 강화돼 계약 포기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돈 많은 사람들이 미계약물량을 사들이는 ‘줍줍’ 현상이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이 주택구입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신혼부부 등 청년층이 생애최초 주택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대출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공급 물량을 소진할 수 있도록 2기 신도시 미분양 아파트 등에도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빚내서 집 사라”며 기존 50~60%였던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높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60%(이전 서울 50%, 인천-경기 60%)로 완화했다. 이후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가격은 치솟았다. 가계부채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2013년 4.1%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4년 8.5%로 두 배 이상 급증했고, 2015년 8.9%, 2016년 11.9%까지 늘었다.
문재인정부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9·13대책에서 LTV와 DTI 한도를 지역별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놨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무주택자라도 LTV와 DTI가 40%에 불과했다.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권대중 교수는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2기 신도시 미분양 물량, 3기 신도시 물량 등에 대해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완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게 맞기는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청년층이나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을 구입하는 젊은 세대만이라도 완화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의 지도로 배승준씨가 내놓은 석사 논문 ‘주택담보대출제약이 신혼가구 주택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신혼부부 등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는 대출규제 기준인 LTV 70%, DTI 60%에서 규제를 완화한 경우와 강화한 경우를 각각 3개씩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 경우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2016년 주택실태조사를 근거로 7519개 일반가구와 1046개 신혼부부가구에서 ‘제약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도출해 비교, 분석했다.
제약가구란 현재 갖고 있는 가용자금과 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을 합한 최대주택소비규모가 자신이 원하는 주택의 가격인 최적주택소비규모보다 적은 가구를 말한다. 즉 가진 돈이 없어 원하는 집을 살 수 없는 가구를 뜻이다.
LTV 70%, DTI 60%의 대출규제를 적용했을 때 일반가구 중 39.7%가 원하는 가구를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신혼가구는 10가구 중 절반이 넘는 50.8%가 원하는 집을 살 수 없었다. 대출규제를 강화할수록 신혼가구의 주택 구입 가능성은 더 떨어졌다.
LTV, DTI를 각각 60%, 50%로 강화하면 일반가구의 제약가구 비율은 5.1%포인트 증가한 44.8%였지만 신혼부부가구의 제약가구 비율은 57.7%로 6.9%포인트 늘어났다.
배씨는 “목돈이 없으면 집을 살 수가 없는데 자산을 축적할 시간이 적은 젊은 층은 집을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며 “부모님 지원은 일부의 얘기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만큼 대출완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반발도 있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라는 건 건설사 배불리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융대출이 강화된 것도 문제지만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오른 아파트 가격이 더 큰 문제”라며 “건설사들은 아파트값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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