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1주년, 득과 실..하반기 주택시장은
지난 2일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마련된 8·2 부동산 대책이 1주년을 맞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업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 안정화를 어느 정도 이뤄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지역 양극화를 불러일으켰다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이에 최근 국토교통부는 다시 한 번 부동산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하반기 주택시장이 보합이나 약보합을 나타낼 것이라 전망했다.
◇ 8·2 부동산 대책의 지난 1년
국토부는 지난해 8월 2일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설정, 금융 및 세금 규제, 분양시장과 청약시장의 제도 개편 등 부동산 시장에서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한 규제들을 총망라해 발표했다. 일명 8·2부동산대책이다.
8.2부동산대책에는 ▲1순위 자격 요건 강화 ▲가점제 적용 확대 ▲가점제 당첨자 재당첨 제한 등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제도 개편 ▲중도금대출 보증 가구당 1건(규제지역) ▲분양권 전매 양도세 50% 일괄 적용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 및 입주권 전매금지 등 분양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8·2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억제, 재건축 기준 및 청약자격 강화 등 규제를 펼쳤다. 지난해 말에는 8·2대책의 후속조치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소수의 다주택자들이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이라 보고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함이다.
◇ 일장일단, 시장안정화 VS 지역양극화
우선 시장 안정화를 이뤄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8·2부동산대책 시행 이후부터 올해 7월 마지막 주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2% 하락했다. 8·2대책 이전 1년간 1.25% 상승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 보인다.
또 투기·갭투자 수요 줄었으며 신규 임대사업자도 증가했다. 올 상반기 7만4000명이 신규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2만6000명) 대비 2.8배 늘어난 규모다.
증여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국토부가 집계한 상반기 전국 주택 증여거래 건수는 총 5만4655건으로, 증여 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상반기(4만841건)와 하반기(4만1343건)를 모두 뛰어넘었다.
한국감정원 주택통계 이동환 부장은 “규제를 시행하면서 다소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투기 수요를 많이 잡은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서울 땅값이 다시 오름세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당초 정부의 목적이었던 부동산 시장의 안정세는 이뤄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양극화를 불러일으켰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들리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8·2 대책 직전인 7월 대비 올해 7월 현재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1.21%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2.87% 오른 반면, 지방은 0.28%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특히 서울은 1년간 5.26% 올라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울산광역시(-3.75%), 경상남도(-3.66%) 등은 낙폭이 컸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5만2542가구로 전월(5만3가구) 대비 5.1%(2539가구) 늘었다. 이는 전체 미분양 물량(6만2050가구)의 84%에 달한다. 준공 후 미분양도 5월보다 455가구(4.4%) 늘어 1만712가구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 미분양은 9833가구에서 9508가구로 3.3% 줄었다.
심교언(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 양극화는) 대도시 인구는 증가하고 지방은 감소하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흐름”이라며 “정부의 규제가 지역 양극화를 불러일으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강한 규제로 인해 서울 땅값은 어느 정도 주춤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반면, 지방은 완전히 꺾여버렸기 때문에 지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하반기 주택시장 약보합 전망
지난 2일 국토부는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주택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급매물이 소화되며 집값이 상승한 반면 지방시장은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집값 안정을 통한 서민 주거 안정에 역점을 두고 8·2 대책의 기조 위에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또한 하반기 재정개혁특위가 논의할 예정인 세제 개편방안 등에 대해서는 투기수요 억제와 시장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심 교수는 “최근 금리인상 등의 문제도 겹치다 보니까 거시경제가 좋지 않다”며 “최근 강남 땅값이 많이 올랐기 고점 인식에 대한 부담감도 존재하기 때문에 하반기 주택시장은 보합이나 약보합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서울 지역 땅값이 상승하는 기미가 보이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했지만, 바로 시장에 반영되진 않을 것”이라며 “상승폭은 떨어지겠지만 전반적으로 서울 땅값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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