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만족도 '1위' 인천공항, 에어헬프 평가선 하위권 왜?

인천공항=문성일 선임기자 2018. 6. 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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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보다 항공기 접속지연·항로혼잡, 좁은 '공역'문제가 더 커

최근 미국 항공 배상소송 대리업체인 ‘에어헬프’는 전세계 1800여개 공항 가운데 141곳을 대상으로 한 공항 평가에서 인천국제공항을 81위에 랭크했다.

공항 분야의 유엔(UN)으로 불리는 국제공항협의회(ACI)의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2016년까지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해 온 인천공항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서비스·만족도 평가는 1위… 정시성 하위권
에어헬프 평가는 △정시 운항성(On-time performance) △서비스 품질(Quality of Service) △이용객 만족도(Social media sentiment analysis)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 중 ‘서비스 품질’ 평가에서 인천공항은 9.2점을 받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어 브라질 비라코포스공항,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공항 등과 함께 9.0점으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용객 만족도’ 평가에선 △케냐 나이로비공항(9.3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니스트로피스타리니공항(8.9점) △독일 쾰른본공항(8.2점) △스페인 바르셀로나공항(8.0점) △태국 방콕공항(7.7점) △브라질 상파울루공항(7.6점) 등에 이어 7.5점을 받아 전체 7위에 랭크됐다.

각각의 비중(서비스 품질 45%, 이용객 만족도 10%)을 감안해 이들 두 항목 평가만 놓고 보면 인천공항은 4.8점으로, 이번 조사 대상 전세계 공항 가운데 1위다. 전체 평가에서 1위에 오른 카타르 하마드공항도 두 항목 평가에선 인천공항을 넘어서지 못했다.

문제는 45% 비중을 둔 정시 운항성 평가에서 발생했다. 전체 상위 10위 이내 공항들의 정시 운항성 평가 점수는 8.4~9.5점. 비중을 감안하면 3.8~4.3점대다. 전체 27위를 기록한 김포공항도 이 항목에선 8.2점(비중 감안시 3.7점)을 받았다.

이에 비해 인천공항의 정시 운항성 평가 점수는 5.9점으로, 비중을 감안하면 2.7점에 불과하다.

전체 조사 대상 공항 가운데 인천공항보다 정시 운항성 점수가 낮은 곳은 최하위(141위)를 기록한 쿠웨이트공항(4.1점)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키예프 보리스필공항(4.3점) △스웨덴 스톡홀름 브롬마공항(4.4점)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5.3점) △인도 뭄바이공항(5.5점) △스웨덴 스톡홀름 알란다공항(5.7점) △폴란드 요한바오로2세(발리체)공항(5.8점)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공항(5.9점) 등 8곳에 불과하다. 이들 공항 모두 100위권 밖의 성적표를 받았다.

결국 인천공항은 정시 운항성 평가에서 발목이 잡혀 전체 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렸다. 인천공항이 이 항목 평가에서 김포공항 정도의 점수만 받았더라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제치고 5위권 이내에 진입할 수 있었다.

◇정시성, 무엇이 문제?
그렇다면 인천공항의 정시성 평가가 이처럼 낮은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항공기 접속지연과 항로혼잡 문제를 꼽는다. 연결지연으로도 표현하는 접속지연은 비행기가 출발하거나 도착시각이 예정보다 늦는 경우를 의미한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광주 북구갑)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국내 공항에서 천재지변을 제외한 항공기 접속과 정비에 따른 국적 항공사 지연건수가 16만5598건(국내선 14만6225건, 국제선 1만9373건)에 이른다. 이 중 결항은 3164건(국내선 2989건, 국제선 175건)에 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접속지연 기준은 국제선 1시간 이상, 국내선 30분 이상이다. 대부분 국제노선인 인천공항의 경우 지연된 비행기 가운데 50~55% 가량이 항공기 자체의 접속지연이었다.

항로혼잡도 정시성을 나쁘게 하는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경우 매년 7.5% 정도 운항이 증가하면서 2001년 개항 당시보다 4배 이상 항로가 많아졌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노선은 여행객 급증으로 항로가 매우 혼잡하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중국의 경우 군사훈련이나 기상 악화 등으로 하늘에서 항공기 간 간격(비행기 분리)을 넓혀 달라는 요구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문제로 중단됐던 중국과의 항로 협의를 최근 재개, 항로복선화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유럽방면 노선의 항공기가 주로 이용하는 한·중 항로가 넓어진다. 정부는 현재 동남아의 항로복선화를 위해서도 관련 국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이 같은 항로혼잡이 전체 지연의 25%를 차지한다. 따라서 항공기 자체의 접속지연을 포함하면 75~80%가 공항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공항 접속지연, ‘공역’(하늘길) 문제가 결정적
일각에선 정시성 문제가 공항 시설포화 때문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즉 공항 이용 수요는 급증하는데 비해 활주로 등 공항 시설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을 비롯해 김포, 김해, 제주 등 국내 대표적인 공항들의 경우 관련 계획을 통해 시설을 꾸준히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공 관련 전문가들은 시설 부족보다는 근본적으로 좁은 ‘공역’(하늘길)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다. 공역이 좁으면 특정시간에 항공기가 몰려들어 이·착륙이 더뎌진다. 일종의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백호종 항공대 항공교통물류학부 교수는 “미국 뉴욕의 경우 항공교통량이 많음에도 공역이 넓어 소위 ‘트래픽잼’이 덜한 반면, 인천이나 김포공항은 공역이 좁아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접속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시설확충보다는 공역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또다른 전문가는 “항공기 정시성의 주요 문제가 공역임에도 이에 대한 해결없이 시설 확충에만 열을 올리는 것도 근본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기 다른 공항환경 감안하지 않는 조사도 문제
공항 규모와 환경이 각기 다름에도 동일한 잣대로 함께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홍콩 첵랍콕공항 역시 복잡한 중국과 붙어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비해, 동해쪽 공역이 넓은 일본의 경우 사정이 완전 다르다”며 “이처럼 공항마다 국가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정시성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항 평가시 이용객 편의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이번 에어헬프 평가에선 이용객 만족도가 크게 떨어짐에도 정시성에서 유독 높은 점수를 받아 전체 평가에서 상위권에 오른 공항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이용객 만족도에서 인천공항(7.5점)보다 2.4점이나 낮은 5.1점을 받았지만 정시성 평가에서 8.5점을 획득, 전체 5위에 올랐다. 일본 나고야 주부센트레아공항과 브라질 쿠리치바 아폰수페나공항은 정시성 평가에서 각각 9.0점, 8.9점을 얻어 이용객 만족도의 낮은 점수(4.9점, 3.3점)를 극복하며 각각 6위와 12위에 랭크됐다.

백호종 교수는 “공항의 여객 서비스가 좋다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평가임에도, 정시성만을 강조한다는 것은 결국 이용객들의 편의성이 낮더라도 비행기들이 정시에 출발하고 도착하면 된다는 식인 만큼 국내 공항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역 효율화 등을 위해선 선진국 관리시스템도 함께 점검해 봐야 한다”면서도 “평가는 기준에 의해 진행해야 함에도 (에어헬프의)조사가 어떤 목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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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문성일 선임기자 ssamddaq@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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