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깨지는 HUG 분양보증.."'보증 갑질' 줄고, 보증료 인하 기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독점 구도가 깨지면서 공공기관이 민간 건설사의 분양가를 통제하는 ‘보증 갑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HUG는 신규 단지의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0%를 초과하면 분양보증 승인을 내주지 않는 이른바 ‘10% 룰’을 적용해 건설사가 애초 일정보다 분양을 연기하는 사태가 종종 생겼다.

분양 보증이란 건설사가 파산이나 부도 등으로 분양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 보증사가 해당 주택을 직접 분양하거나 분양대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HUG가 독점해온 주택 분양보증 업무 수행 기관을 2020년까지 추가해 주택 분양보증 시장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 분양가 ‘딴죽’에 정부와 호흡 맞추려 분양보증 ‘올 스톱’

현대건설은 지난해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분양하면서 HUG로부터 세 번이나 분양보증 승인 퇴짜를 맞았다. 애초 분양가는 3.3㎡당 4310만원이었지만 HUG는 앞서 분양한 개포주공 2단지보다 10% 이상 비싸다며 분양보증 업무를 중단했다. 결국 분양가는 3.3㎡당 4137만원까지 내려갔다.

당시 HUG는 “고분양가가 주변 사업장으로 확산할 경우 보증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양보증 승인을 이용했다며 반발했다.

올해 6·19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HUG가 갑자기 분양보증 업무를 중단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대거 미뤄야 했다. HUG는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대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분양보증 발급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분양 보증이라는 칼자루를 쥔 HUG가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HUG의 지난해 보증 실적은 156조7120억원. 이중 분양보증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55%(86조7382억원)이며, 여기서 거둔 수입만 약 4000억원이다.

사실 HUG의 분양보증 독점을 깨려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 있었다. 2008년 ‘제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통해 정부가 분양보증 독점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주택시장 경기 침체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다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시장 개방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2월에는 한국주택협회가 공정위에 분양보증 기능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확대해줄 것을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공제조합과 서울보증보험(SGI)이 분양보증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다.

◆ 분양시장 무소불위 권력 사라지나…건설업계 “환영”

건설업계는 분양보증 시장에 경쟁 원리가 도입되는 것을 반기고 있다. 그동안 HUG가 분양가에 딴죽을 걸거나, 부동산 대책을 앞두고 분양보증을 중단할 때마다 영업 활동에 큰 차질을 빚었는데, 분양보증 시장에 경쟁 업체가 진출하게 되면 이런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주택의 분양가는 시장 분위기와 주변 시세, 앞으로의 미래가치 등을 반영해 사업 주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며, 적정한 가격이었는지도 결국 시장에서 판단되는 것인데 그동안 HUG가 법에도 없는 권한을 이용해 이를 통제해왔다”며 “분양보증 기관이 늘어나면 지금보다 HUG나 정부 눈치를 덜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분양 보증 독점구도가 깨진 HUG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진행해온 사안이라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나, 갑작스런 공정위의 발표에 한 방 얻어맞은 분위기다.

HUG 관계자는 “분양보증 개방과 관련해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공사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주택 분양보증에 경쟁 원리가 도입되면 보증료가 내려가고, 보증료 인하가 분양가 산정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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