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8명 중 7명 "서울 집값 더 오른다"
수도권 집값 '보합' 예상 많고 지방은 '소폭 하락'이 4명
"시장 과열됐나" 묻자 의견 갈려
"하반기 집 사도 좋은가" 질문엔 "실수요자면 괜찮다" 의견이 우세
여름휴가철은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주말이면 새로 문을 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긴 줄이 늘어선다. 지난 20일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는 1순위 청약 접수만 16만건이 넘었고, 최고 81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건설업계도 '비수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신규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도권과 지방 노후 주거지 주택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이런 열기가 하반기에도 지속할지는 미지수다. 8월에만 전국 58개 단지에서 총 3만7537가구가 입주하는 등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게 부담스럽다. 금리 인상 가능성과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부동산 규제도 변수다. 가을 이후 부동산 경기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9월 15~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2017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 참여하는 부동산 전문가 8인에게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을 미리 들어봤다.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를 것"
대다수 전문가가 하반기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역별 온도 차가 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집값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대답이 많았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등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이지만,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서울은 수요와 비교하면 공급량이 적고,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가 전세금을 끌어올려 매매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방은 보합세나 약간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부산·세종 등 일부 지역은 집값 상승 폭이 줄고,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에선 하방 압력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에서 가격이 오르는 곳은 세종과 부산뿐인데 부산은 정부가 올해 10월 전매 제한 규제를 하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세종시도 전세금이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19 대책에 이은 추가 규제를 준비 중이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이 과열이냐'는 질문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과열은 아니다"라면서 "공급이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높아지고, 가격이 따라 오를 거라는 판단에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매매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 역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은 일반 분양 물량이 적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지는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일 뿐 과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서울·부산·세종 등은 이상할 정도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도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 등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시중에 있는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부동산으로 몰려 벌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 집 사도 괜찮을까?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에 집을 사도 괜찮은 시기일까. "실수요자라면 집을 사도 괜찮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장기 무주택자나 다자녀 가구, 부양가족이 있거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긴 경우에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500가구 이상 규모의 역세권 아파트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를 투자 유망 상품으로 꼽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집을 살 거라면 서울 강남 지역이 아닌 강북과 수도권 도시재생 지역 등을 눈여겨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매물은 전문가마다 차이가 났다. 고종완 원장은 농지나 임야, 단독주택 부지 등을 추천했다. 고준석·이동현 센터장은 "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건 괜찮지만, 투자를 권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변수를 묻는 말엔 이견(異見)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정부가 추가로 내놓는 부동산 규제의 강도(强度)에 따라 향방(向方)이 갈릴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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