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느낀 윤중로의 봄… “벚꽃은 촉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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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여의서로). 벚꽃길 입구에 들어선 시각장애인 김모(62)씨가 이렇게 말했다.
봄볕 아래에서 김씨는 설레는 표정으로 "평소에는 동네를 벗어날 기회조차 드물다. 벚꽃이 필 때 꽃을 직접 느낄 수 있으니 참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약 1.7㎞ 길이의 벚꽃길을 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걷고, 촉각·후각으로 봄을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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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아닌 촉각·후각으로 벚꽃 체험

“벚꽃이란 거… 손으로 만져보니 보들보들하고 촉촉하네요. 예쁘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진짜 궁금했는데, 지금 너무 행복해요”
지난 8일 낮 1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여의서로). 벚꽃길 입구에 들어선 시각장애인 김모(62)씨가 이렇게 말했다. 봄볕 아래에서 김씨는 설레는 표정으로 “평소에는 동네를 벗어날 기회조차 드물다. 벚꽃이 필 때 꽃을 직접 느낄 수 있으니 참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8일 벚꽃이 활짝 핀 윤중로에서 봄꽃행사를 열었다. 시민들은 1000그루 넘는 벚나무가 늘어선 윤중로를 걸었고,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다. 꽃그늘 아래에서 돗자리를 펴고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영등포구는 이곳으로 시각장애인과 동반자 100여명을 초청해 벚꽃 축제가 열리는 5일 간 ‘봄꽃 동행 무장애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약 1.7㎞ 길이의 벚꽃길을 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걷고, 촉각·후각으로 봄을 체험한다.
꽃길의 첫인상은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입구에 설치된 꽃 아치 장식은 둥글고 촘촘하게 꽃이 늘어진 구조였다. 해설사는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높은 곳에 꽃이 있다”, “벚꽃 아래 사람들이 커피를 들고 여유롭게 걷고 있다”며 풍경을 설명하자,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늦추고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나갔다.

작년에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박수민(29) 해설사는 “시각장애인 분들은 촉각이나 후각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구체적인 이미지로 묘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상은 곧 손끝과 코끝으로 이어졌다. 여의도공원 내 한 아이돌 팬클럽이 조성한 숲길은 이날 촉각 체험 구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다른 곳보다 벚나무가 낮아 성인 어깨 높이에서도 꽃과 잎을 만져볼 수 있다. 해설사가 “살구꽃은 흰색 꽃잎 다섯 장에 붉은 수술이 모여 있다”는 설명을 마치자 4~5명의 참가자가 앞다퉈 꽃을 만졌다. 한 참가자는 “벚꽃은 다른 꽃보다 촉촉한 느낌”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참가자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봄을 받아들였다. 어떤 이들은 손끝으로 꽃잎의 촉감을 느꼈고, 누군가는 향기를 맡으며 봄을 체감했다. 시각장애인 이지현(41)씨는 “꽃이 너무 작으면 윤곽이 잘 느껴지지 않는데, 장미꽃처럼 입체감 있는 꽃을 함께 준비해줘서 훨씬 쉽게 느낄 수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여유 있게 진행돼 체험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해설사들은 참가자들에게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말 대신 “11시 방향입니다”처럼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벚꽃을 즐기러 온 인파 속에서 시각장애인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미현(63) 해설사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이 제일 우선인 만큼 주변 장애물을 신경 써서 말씀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 심원희(60)씨는 “그동안 복지관 수업 외에는 외출을 잘 안 했는데, 오늘은 동료들과 함께 꽃도 만지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며 “내년에도 또 신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이 프로그램을 매년 이어갈 방침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시각장애인은 물론, 지체장애인 등 다양한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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