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환상이 빚은 '신기루'..오피스텔 광풍, 결국엔 '마이너스 프리미엄'
밤새 줄을 서고, 수백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오피스텔은 짭짤한 웃돈(프리미엄)을 보장할 수 있을까?
청약 당첨만 되면 분양권 전매로 한 번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에 단돈 100만원만 손에 쥐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분양 모델하우스로 몰려드는 오피스텔 청약 광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수십 시간의 밤샘 대기줄과 수백대 1의 청약 경쟁률도 대부분 프리미엄 환상이 빚은 신기루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지역에선 청약 거품이 순식간에 빠지면서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오피스텔도 등장하고 있다.
수백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오피스텔도 기대했던 웃돈이 형성되지 않으면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해 미분양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속속 생기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 미사지구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퀸즈파크 미사’는 지난해 10월 분양 직후 프리미엄이 500만원 정도 붙었지만, 현재 분양가보다 500만원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미사지구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더 좋은 입지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분양이 미사에 줄줄이 예정돼 있어 기대가치가 낮아지면서 분양권 시세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며 “분양가보다 500만원 정도 낮춘 매물이 대부분이고 많게는 1000만원까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도 있다”고 말했다.
미사지구는 ‘준강남 생활권’으로 불리며 여러 호재 덕에 청약 당시 경쟁률이 꽤 높았다. 지난해 12월 현대엔지니어링이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에코 미사강변’은 최고 2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 파는 데 2개월이 걸렸다. 층과 향이 마음에 안 든 당첨자들이 물량을 내놓으면서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현장에선 기대했던 웃돈이 붙지 않자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GS건설이 지난달 경기 안산시 고잔신도시에서 분양한 ‘그랑시티자이 2차’ 오피스텔은 총 498실 공급에 3002건이 신청되며 평균 6.03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하지만 여태 미계약분을 처리하지 못했다. 프리미엄도 기대와 달리 붙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한화건설이 분양한 ‘광교 컨벤션 꿈에그린’도 1순위 청약경쟁률이 87.91대 1을 기록했지만 완판에 한 달이나 걸렸다. 프리미엄이 수천만원 붙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근 중개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물량이 분양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일부 세대를 빼곤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가 안 된다. 청약 당일만 반짝 북적인 뒤 시들해진 셈이다.
현대건설이 최근 분양한 인천 송도 ‘힐스테이트 송도 더 테라스’ 오피스텔도 신용카드 청약 신청에, 제3자 대리 청약까지 허용하면서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이 예상되지만, 1인당 최대 60건까지 청약할 수 있어 청약 허수를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송도 오피스텔 과잉 공급 논란까지 일고 있어 당첨되더라도 예상했던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오피스텔이 몰린 서울 강서구 마곡동도 오피스텔 입주가 몰려 매매가가 떨어지고 있다. 이달 입주를 시작한 ‘마곡2차 오드카운티’ 전용 20㎡는 1억5000만~1억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마곡 G공인 관계자는 “지금 대부분 분양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분양가보다 300만원 정도 떨어진 실망 매물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피스텔은 6·19 부동산대책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청약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 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고 계약 즉시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갈 곳을 잃은 투자자금이 쏠리고 있다. 오피스텔 청약은 대부분 중복청약을 허용하고 있어 청약자들은 여러 개의 청약을 넣는다.
하지만 중복청약엔 허수가 많다. 투기꾼이 몰려 여러 명의 이름으로 대거 신청하기도 한다. 당첨돼도 투자가치가 높은 물건만 골라 계약을 하기 때문에 실제 계약률은 낮다.
공급 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5만394실로 최근 5년간 가장 많다. 올해 공급되는 오피스텔은 5만5179실이다. 지난해 7만5054실이 공급된 것을 고려하면 공급물량이 꾸준히 쌓이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오피스텔은 공급이 늘고 분양가도 오르면서 자칫 단기 투자자들이 주도하는 거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청약에 나섰다가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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