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경제정책방향] 노후 주민센터·우체국 등 공공청사 리모델링해 임대주택 공급
[경향신문] 정부가 경찰서 등 노후 공공청사를 리모델링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한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한계차주(하우스푸어)’의 집을 사들여 이들에게 임대 형태로 그대로 살게 해주고, 5년 뒤 매각할 때 원소유자가 우선 되살 권리를 주는 방식도 추진된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국토교통부는 2022년까지 도심지역에 공공임대주택 5만호를 공급한다. 서민주거층의 주거부담을 줄이기 위해 청년과 한계차주 등 주거취약계층 지원에 나서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춘 게 핵심이다. 5만호 중에는 전국 주요 도심지역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을 통한 2만호와 주택도시기금이 부동산투자신탁(리츠)를 설립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매입임대 방식으로 2만호, 노후주택 리모델링을 통한 1만호 등이 포함돼있다.
■노후 공공청사 개발해 임대주택 공급
가장 중점을 둔 정책은 30년 이상 된 우체국이나 파출소, 주민센터 등 도심의 노후 공공청사를 개발할 때 공공임대주택을 함께 짓는 복합개발이다. 부족한 어린이집 확충을 위해 복합개발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을 짓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이 방식은 부지 확보 부담이 없어 기존 임대주택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사업 추진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밝힌 도시재생 연계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일환이기도 하다. 예컨대 서울 구로구 오류동 주민센터를 재건축해 행복주택 164가구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노후 공공청사 개발은 주택도시기금에서 공공임대 건설비용 등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투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공유재산을 임대주택과 복합해서 개발할 때 용적률 등 특례를 주는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미 국토부는 30년이 넘은 노후 공공건축물을 전수조사 중이며 조만간 선도사업지를 선정해 우선 1만호 공급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대상지를 취합하고 있으나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며 “다만 경찰서와 우체국 등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도 이같은 복합개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리츠 활성화 방안도 실시된다. 이는 주택도시기금이 출자하는 리츠를 설립해 임차인 보증금과 기금으로 기존 주택을 매입한 뒤 LH에 위탁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 이하 무주택자가 대상으로 이중 일부를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할 계획이다. 임대료는 보증금과 월세를 합쳐도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이 될 전망이다. 임대기간은 최장 10년이지만 임대기간 종료 후 매각 또는 임대 연장 활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방식도 진행된다. LH 등이 도시 내 노후주택을 사들여 원룸형 주택으로 리모델링한 뒤 청년 등 1~2인 가구에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대학생은 최초 2년 계약 후 재계약이 2회 허용돼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고령자는 처음 2년 계약 후 재계약을 9번까지 할 수 있어 최장 20년 거주가 가능하다. 임대료는 시세의 3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계차주 집 매입해 재임대
주택담보대출금을 못 갚는 한계차주 주택을 매입해 재임대하는 ‘세일즈 앤 리스백(Sales & Leaseback)’ 방안이 추진된다. 주택도시기금과 LH, 주택담보대출 취급은행 등이 출자해 설립한 리츠에서 한계차주 주택을 사들이는 것이다. 한계차주는 집을 팔더라도 임차할 수 있어 당장 거주지를 옮기지 않아도 된다. 5년 임대기간이 끝나면 일반인에게 분양하는데, 원래 소유자가 되살 수 있도록 매입 우선권을 줄 방침이다. 매각이 되지 않으면 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투자’ 등 무리한 투자를 부추기거나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당국자는 “이는 2013년 하우스푸어 대책의 일환으로 나와 2014년까지 운영했던 정책으로 3호 리츠가 1000세대를 매입한 바 있다”며 “매입 선정기준을 섬세히 해 투기와 실수요자를 걸러낼 예정이며 지금 당장 실시하겠다는 것보다 필요할 경우 주택시장 상황과 연계해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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