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세종시] ②웃돈 1억원은 기본..욕망의 아파트

2017. 7.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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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상황 맞물려 분양가 '껑충'..공무원 불법전매 부작용도
부동산 대책 실수요자 중심으로..약발 먹힐까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청약 광풍의 주범, 부동산 투기의 장(場),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 업자들의 집결지…"

과열된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을 일컫는 말들이다.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위에서부터 2013년 10월, 2014년 8월, 2016년 3월에 각각 촬영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연합뉴스]

최근 세종시 아파트 프리미엄이 수억원을 호가하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투기 단속을 벌이기도 했지만 주택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국회 분원 설치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등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큰손'들이 세종시로 몰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부동산 투자 열풍의 시작

지난 5월 세종시에 역대 최고가 아파트가 등장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도담동 한림풀에버 아파트 전용면적 148㎡(펜트하우스) 27층 아파트가 세종시에서 가장 비싼 12억원에 거래됐다. 2012년 11월 당시 분양가격은 7억6천만원이었다. 4년 6개월 사이 57.9%(4억4천만원)나 뛴 것이다.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전용면적 110㎡ 아파트 1층(테라스)의 경우, 이달 초 10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2011년 10월 분양 당시 가격이 5억5천만원이었으니, 5년 9개월 만에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공약 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역 부동산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세종시에서 분양한 한 주상복합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방문객으로 북적대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0년 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사업이 첫 삽을 떴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부동산 열풍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에 이어 2009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지역 청약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세종시에서 2010년 처음 공급된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는 3.3㎡ 당 606만∼793만원 선의 낮은 분양가에도 계약률이 80%에 그쳤다.

이듬해 분양된 첫마을 2단계 아파트도 미분양을 기록해 잔여 세대에 대한 추가 계약이 이뤄졌다.

이런 상황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반전됐다.

2012년부터 공공기관 이전이 가시화되고 첫마을 1단계 아파트 입주가 속속 진행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금강 조망'이 가능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프리미엄(웃돈)이 5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붙었다.

세종시 부동산 열풍의 시작이었다.

2011년 9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충남 연기군 송원리 일대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1단계와 2단계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공무원 불법전매, 부동산 투기에 한몫

세종시 청약시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일 '미분양 제로'를 기록하며 흥행 신화를 써내려 갔지만, 일반인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었다.

국가 시책에 따라 거주지를 옮긴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을 위해 전체 공급 물량의 절반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종시에 거주한 지 2년이 지나야 1순위 자격을 주는 '거주자 우선제도' 때문에 외지인이 세종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것은 '로또 1등' 만큼이나 어려운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4년 국정감사를 통해 일부 공무원들이 특별공급을 통해 받은 아파트 분양권을 비싼 값에 되팔아 웃돈을 챙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거주자 우선제도를 이용해 이중으로 아파트를 분양받기도 했다.

결국 사법당국이 세종시 부동산시장에 칼을 빼들기에 이르렀다.

대전지방검찰청은 지난해 10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공무원과 부동산 중개인 등 210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당첨된 직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떴다방' 업자에 특별분양권을 넘기거나 분양권, 청약통장 등을 알선업자에 전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 조기 정착과 주거 안정을 위해 공무원에 우선 청약 자격을 부여하고 취득세도 면제해 줬더니 이를 부동산 투기에 악용한 것이다.

◇ 부동산 거품 없애려면…실수요가 답

전문가들은 세종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기 수요를 잠재우려면 실수요 위주로 분양시장을 재편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공무원 특혜분양'이 논란을 빚자 지난해 7월부터 거주자 우선 분양 물량을 줄이고 거주기간 기준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등 제도를 손질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정부의 '11·3 대책'에 의해 세종시가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청약 1순위 자격이 강화되고, 전매제한 기간도 늘어났다.

이달부터는 청약조정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는 등 대출규제 조치를 골자로 하는 '6·19 대책'이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5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만큼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이 5억원 이하인 세종시로서는 6·19 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저금리로 인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대책 등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세종시는 투자 수요가 많다 보니 부동산 규제 정책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에게는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에게는 앞으로 규제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신호를 줌으로써 분양시장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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