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환수제' 초읽기.. 뭉칫돈이 움직인다

송원형 기자 2017. 7.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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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내년 1월 부활 예고.. 사업 진행 빠른 단지에 투자 몰려
이달까지 사업시행 인가 못 받으면 초과이익 환수제 대상 가능성 높아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 전후로 무섭게 끓어오르던 시장이 정부의 6·19 대책 발표 직후 급랭(急冷)했다가, 7월 들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6·19 대책으로 눈치를 보던 '뭉칫돈'이 다시 재건축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부동산114'가 지난 7일 조사한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률은 0.28%로 일주일 전 상승률(0.11%)의 두 배가 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에 유동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서울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전체 10만2000가구 정도이고, 이 중 8만6000여 가구가 '강남 4구'로 통하는 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 몰려 있다. 현재 재건축 시장에서 사업 주체인 재건축 조합이나 수요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다. 정부는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말로 끝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내년 1월 이후 정상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6·19 대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서울 주택 시장 과열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무관하지 않다. 내년으로 예정된 제도 부활을 앞두고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집값을 밀어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실장은 "올 상반기 강동구와 강남구 집값이 유독 강세를 보인 것은 '둔촌주공'이나 '개포주공 1·4단지' 등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시행 '미인가' 재건축, '강남 3구'에만 5만가구

본지가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서초·강남·송파구에서 아직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 아파트는 총 45곳 4만9671가구로 나타났다. 지난달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초고층 재건축 추진으로 논란을 빚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등이 올해 안에 사업시행 인가를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은 통상 조합 설립 인가→건축 심의→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계획 승인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정부 발표대로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되면 올해 12월 31일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지 않는 재건축 단지가 적용 대상이 된다. 업계에선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을 세우는 데 통상 5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달 안에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9월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이 얻은 이익이 조합원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에 대해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면서, 2012년 12월부터 2년간 유예했고, 유예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다시 연장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도입 초기부터 각종 논란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것이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공방(攻防)이다. 집을 팔 때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는데, 재건축 단지에서 초과 이익 환수를 별도로 실시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재건축 개발 이익을 정확하게 산출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재건축으로 얻는 이익은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시점부터 재건축 준공 후 입주 때까지 오른 집값에서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과 공사비, 조합 운영비 등을 뺀 것이다.

재건축 늦추는 단지 속출… 신규 공급 감소 우려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도입됐지만, 지금까지 실제 적용된 사례는 다섯 차례뿐이다. 모두 조합원이 수십명 규모인 연립주택이었다. 애초 대규모 재건축 단지를 규제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상대적으로 재건축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 소규모 조합에만 적용된 것이다. 조합원 1인당 부과금은 33만원에서 5500만원까지 단지에 따라 다양하게 부과됐다. 5개 조합 중 3곳은 납부를 했지만, 나머지 2곳은 위헌 소송 등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다시 시행되면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상당수가 대상에 포함되고, 1인당 부과금이 수억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올해 안에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이 어렵다고 보고 사업 추진을 늦추는 단지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조합을 제외하곤 사업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서울시 반대에도 49층 재건축 안을 고집하는 것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주민 의견에 따라 수익성을 극대화하기로 '노선'을 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서울 집값뿐만 아니라 주택 수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서울에 새 집이 공급될 수 있는 경우는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정비 사업이 전부여서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강남권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는 "양적 지표로 보면 전국적으로 주택 보급이 많이 늘었지만,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처럼 좋은 입지 조건을 향한 '질적 수요'에 대해선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양질의 주택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이를 무조건 '나쁘다'고 막을 경우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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