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 등 청약 부적격자 20% 안팎으로 급증

11.3 부동산대책 이후 청약시장 진풍경 속출

11.3 부동산대책 이후 청약시장 진풍경 속출

#A씨는 지난달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 리오센트 신규 청약에 당첨돼 들뜬 마음에 여기저기 친지들에게 전화를 했다. 분양가가 3.3㎡당 4250만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였지만 워낙 입지가 좋아 약간의 시드머니만 마련해 몇년 버틴다면 최소한 본전(?)은 뽑을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였다. 물론 친지들에게 전화를 한 것은 자금 조달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A씨는 들뜬 마음으로 계약일을 기다렸지만 며칠후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1순위 세대주 자격이 되지 않아 부적격자 통보를 받은 것. 얘써 부탁해 돈을 빌려주겠다는 답을 얻은 친지들에게 A씨는 떨어졌다는 얘기만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B씨는 이달에 서울 마포구 재개발 아파트인 '마포 웨스트 리버 태영 데시앙'에 청약해 전용 85㎡에 당첨돼 속병이 났다. 연습삼아 처음 청약을 한 아파트에 생각지도 않게 덜컥 당첨돼 6억5000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막막한데다 1층이라는 것도 맘에 걸렸다. 더구나 단지앞에 큰 건물이 들어와 전면 조망까지 가릴 가능성이 높아져 계약을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애지중지하던 청약통장이 무용지물이 돼 속이 많이 상했다. 예전과 달리 정부가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을 통해 내놓은 재당첨금지조항 때문에 앞으로 5년간 청약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속이 상한 B씨는 갑자기 해당 건설사로부터 '청약 부적격' 통보를 받고서야 기운을 차렸다. B씨가 청약을 하면서 무주택기간을 잘못 계산해 기입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청약금지 조치가 앞으로 1년간은 적용되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청약시장이 대거 개편되면서 수요자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순위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부적격자가 속출한데다 재당첨금지기간이 길어져 청약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 됐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1.3 부동산 대책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단지에서 부적격자가 수백명씩 속출하는 사례가 늘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서울 '신반포 리오센트'의 경우 평균 12.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당첨자중 22% 가량이 부적격자였다. 지난 11월 말 분양을 받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잠실올림픽 아이파크 역시 부적격자가 14%에 달했다. 세대주 1순위 기준이 엄격해진데다 청약가점을 잘못입력하는 경우까지 겹치면서 부적격 비율이 늘어난 것이다. 일각에선 청약 전에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한 수요자는 "청약이후 부적격처리된 사람이야 본인 잘못이니 어쩔수 없지만 예비당첨자는 뒤늦게 통보를 받게 돼 계약전까지 생각할 여유는 줄어드는게 사실"이라며 "부적격여부를 좀 더 빨리 가려낼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얼투데이 김광석 이사는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수도권에서도 한자릿수 안팎의 청약경쟁률이 나오는 등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것은 긍정적인 효과로 볼수 있다"면서 "다만 과거의 경우 실수요자라하더라도 고분양가를 버티지 못하면 빠른 전매가 가능했지만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난 만큼 자금여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시장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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