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에 선장까지 2명".. 경제 리더십 사실상 공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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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경제정책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사실상 공석(空席)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2일 청와대가 국무총리 교체와 함께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로 발표했지만, 야당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거부하면서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임 내정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엄중한 경제 상황하에서 경제부총리로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제 위험 요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지만, 경제 부처 공무원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 표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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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경제정책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사실상 공석(空席)인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2일 청와대가 국무총리 교체와 함께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로 발표했지만, 야당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거부하면서 임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조차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거부할 경우, 청문회 신청 한 달 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그때까지 정부의 경제 정책 운용은 사실상 마비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경제 부처의 국장은 "난파선에 두 명의 선장이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면서 "경제 상황이 엄혹해 매주 경제장관회의를 열어야 할 정도로 긴박한데 전례 없는 경제 리더십 공백까지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임 내정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엄중한 경제 상황하에서 경제부총리로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제 위험 요인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지만, 경제 부처 공무원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 표정들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은 "이런 판국에 일손이 잡히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했다.
◇당혹스러운 경제 부처들
이날 경제 부처들이 모여 있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복도와 옥상 곳곳에서는 온통 걱정이 넘쳐났다. 야당의 인사청문회 거부가 이어질 경우 당분간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업무를 담당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일이 제대로 돌아갈지 우려하는 목소리들이었다. 당장 3일 열리는 부동산 대책 관련 경제관계장관회의도 중도 하차하는 정책수장, 유일호 부총리가 주재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엄중한 시기에 신임 부총리 취임이 미뤄지고 나갈 사람이 오래 머물게 되면 정책 혼선이 불가피하다"면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만드는 작업도 시동이 걸렸는데, 누구 지시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총리 교체로 1·2차관도 모두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누구 결재를 받아야 하느냐"는 소리도 나온다. 임 내정자는 혼선을 의식한 듯, 금융위 내부 회의에서 "일단 기획재정부에 '업무 연속성에 문제가 없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하겠다. 나도 금융위원장 업무를 끝까지 잘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혼란스럽긴 하지만 임 내정자 인선에 대해 관가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다.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경제부총리인데, 처음으로 정통 관료 출신이 등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한 국장은 "주요 현안인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두 가지 과제를 그동안 금융위원장으로 굴려왔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이 이어질 수 있고, 기재부 1차관을 지냈기 때문에 업무 파악에도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경제 전권 받아서 구심점 역할 해야
임 내정자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현재 위기 상황은 혼자서는 대응이 가능한 것이 아니다. 경제 부처 전체가 하나의 팀이 된 시스템하에서 경제 운용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3일 발표될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성장을 위해 부동산 투기를 허용하지는 않겠다. 부동산 투기는 용납할 수 없는 경제적 폐해"라고 말했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 능력 확충을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며 "일관성 있게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경제에 충격을 주거나 어려움이 없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속도와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안정적 관리를 위해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활력 유지를 위해 정부가 예산을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는 "경기 상황이 매우 오랫동안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대내외 불안 요인까지 겹쳐 있어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제 원로, 전직 경제 고위 관료들은 임 내정자가 산적한 현안들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경제 사령탑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 전직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부 기강이 헝클어진 보따리 같다. 제대로 동여매고 앞을 보고 가야 한다"면서 "신임 부총리는 구조개혁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1년 남짓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한다. 남은 과제를 차기 정부로 넘기더라도 차분하게 로드맵 만들어서 조금씩이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신임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전권을 달라고 하고 국민한테 공개적으로 경제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경제 관료들이 우물쭈물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내정자 ▲1959년 전남 보성 출생 ▲서울 영동고-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24회,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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