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최순실 쇼크'에..시급한 경제정책 동력 잃나
|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박종오 기자] 정국이 ‘최순실 게이트’에 블랙홀처럼 빠져들어 가면서 자칫 경제 주요 현안들이 후순위로 밀려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변수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 등으로 수출 및 내수마저 침체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레임덕’(집권 말 권력 누수)이 경기침체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 발표 예정대로 추진한다지만…
정부는 일단 예정된 현안점검회의 및 산업경쟁력회의는 일정대로 준비하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27일은 경제팀의 첫째 ‘현안점검회의’가 열린다. 안건은 미정이지만, 부동산 관련 현안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는 산업경쟁력강화회의를 열고 조선·해운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선박보유량 및 항만시설 등을 확충할 수 있는 세제·금융 등 패키지가 담길 예정이다.
정부부처 수장들은 직원들 단속에 나섰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치적 이슈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동요하지 말고, 현안문제 대응과 국정과제 수행에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매진하자”고 간부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이후 간부들에게 별도의 당부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염화시중의 미소(굳이 말이나 글을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전함)아니겠냐”면서 “주어진 일을 계속해야 하고, 예산 및 법안 통과가 국회와 관련이 있는 만큼 국회를 중심으로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럼에도 부처 공무원들은 막상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제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재부 고위공무원은 “정책이 나오더라도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실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더구나 법안 통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법 통과 산적한데…이리저리 꼬여
실제 ‘최순실 게이트’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어 예산안 및 경제법안 통과, 기업 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 현안이 국회의 최우선 관심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 불똥이 옮겨붙은 것은 내년도 예산 심사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는 예정된 종합 정책 질의보다 야당의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회의에 출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최순실 파문’의 책임을 지고 내각이 총사퇴할 것을 주문하기까지 한 것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도 대폭 수술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따르면 내년 11개 예산 분야(일반·지방행정 제외) 중 지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은 ‘문화·체육·관광’이다. 올해 6조 6000억원에서 내년 7조 1000억원으로 6.9%가 늘어난다. 재정 소요가 많은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올해보다 5.3%, 전체 평균이 3.7% 증가하는 데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야당은 이미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1278억원), 케이밀 사업(154억원) 등을 ‘최순실 예산’으로 꼽고 전액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금 징수가 ‘준조세’라는 지적이 일면서 “기업에 준조세를 뜯지 말고 법인세를 올리자”는 주장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프리존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개혁 4법 통과도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 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초 미국 워싱턴DC 출장 중 기자와 만나 정부가 반드시 통과되길 바라는 법안으로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 관련 4법’ 등을 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법 통과는커녕 개각이라는 불확실성마저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이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인 만큼 정책당국이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등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순실 단독 보도' 후 손석희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
- 라임 돋는 부산지하철 1호선 대자보 연설은 순실접신, 국민은 실신
- 저와 결혼하실래요?..미모의 女장교 꾀임에 넘어간 男, 1억3000 뜯겨
- 박지원 박근혜 대통령, 최태민-최순실 사교에 씌였다
- 독특한 눈 화장에 '핫 핑크' 모노키니 의상.. 화사한 피부톤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느낌
- 한강서 13세 여중생들 끌고가 성폭행·성매매...전 여친도 가담
- 내년 역대급 황금연휴 온다.. '9박 10일' 딱 맞는 여행지는
- 핵 공격 ‘3차대전’ 현실 되나…‘방공호’ 대량 생산 나선 러시아(영상)
- “30대에 사망, 약값 46억”…희귀병 3살 딸 위해 740㎞ 걷는 아빠
- “죄책감 못 견뎌”…13년 만에 자수한 친형 살해범 [그해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