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경제파장]구조개혁-경제살리기 급한데 '블랙홀' 우려..'질서있는 개헌논의' 필요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론을 들고 나오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가 ‘개헌 변수’라는 새로운 ‘리스크(위험)’를 떠안게 됐다. 수출ㆍ투자ㆍ소비 등이 모두 위축된 가운데 고용절벽ㆍ가계부채ㆍ부동산 과열 등 현안이 산적해 있고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개헌론이 경제정책 추진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등의 공식발언 파일 40여개를 미리 받아봤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임기말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경제정책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많아졌다. 때문에 경제살리기와 구조개혁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경제상황이 더욱 암울한 미궁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에 있어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현재의 경제상태가 어렵다 하더라도 미래가 밝고 확실하면 기업들은 투자를 하고 가계는 소비를 늘린다. 하지만 현재 경제상황이 괜찮다 하더라도 미래가 불확실하면 투자와 소비를 줄여 경제활력이 떨어진다.
이번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가뜩이나 불투명해 기업과 가계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상태에서 메가톤급 ‘불확실성’ 요인을 추가한 것으로 경제계에서는 보고 있다. 개헌을 위해선 권력구조 개편은 물론 정치ㆍ경제ㆍ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국가적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고, 몇 차례의 선거까지 치러야 한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최소한 6개월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내년말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돼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정책 추진동력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환경은 1990년대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거나 일부는 더 심각한 상태로 보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브렉시트(Brexit)를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고, 미 금리인상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수출이 2년째 내리 감소하는 가운데 삼성과 현대차 등 주력기업들은 악재로 휘청이고 있다.
성장률은 하락해 이제 2%대 성장조차 버거운 국면에 처해 있다. 그나마 경제가 성장하지만 ‘고용축소형’ 성장이 심화하고, 구조조정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실업자가 쏟아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9%를 넘어 동월 기준으로 역대최고치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은 실체조차 모호하며, 구조적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구조개혁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 노동개혁은 지난해 9월 노사정대타협 이후 1년 이상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노동개혁법은 1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잠자고 있으며, 경제활력을 위해 야심적으로 추진한 서비스업 발전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등도 여야의 현격한 인식 차이로 진전이 없다.
국가적 역량을 개혁과 구조조정에 집중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경제와 민생 이슈들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많다. 전문가들은 ‘안정감 있고 질서 있는 개헌 논의’가 진행되야 그나마 경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벌써부터 개헌 이슈를 정치적 파워게임의 수단으로 몰아가는 양상이어서 경제 쇼크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hjle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다더니.." 합죽이가 된 청와대
- JTBC 뉴스룸, '최순실 파일' 버려진 PC서 입수
- 이준석 "당에도 몰랐던 사람이 대다수..내일 큰 일 많다"
- 박근혜 '드레스덴 선언', 최순실이 바꾼 내용보니..
- 최순실, 외교·국정에도 개입 확인..'국가 기밀 유출'
- “김마리아가 누구야?”…송혜교, 또 나섰다
- “만점 받아도 의대 어렵다” 국·수·영 다 쉬운 수능에 입시 ‘혼란’ 예고
- ‘여직원 성폭행 논란’ 김가네 회장…‘오너 2세’ 아들이 사과하고 ‘해임’
- 김소은 '우결' 남편 故송재림 추모…"긴 여행 외롭지 않길"
- [단독] 사생활 논란 최민환, ‘강남집’ 38억에 팔았다…25억 시세차익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