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DTI 규제 빠지고 취약층 대책도 없어 효과 의문
정부가 8개월 만에 가계부채 대책을 다시 내놓았다. 이전 대책이 효과가 없었음을 자인한 꼴이 됐다. 당시에도 총선을 의식해 면피성 방안을 내는데 그쳤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번 역시 대출의 질을 개선하기보다 빚의 총량만 줄이려는 데 골몰한 흔적이 역력하다. 전문가들은 역효과까지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은행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적용을 담은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도 당시 급증하고 있던 집단대출은 예외로 했다. 수개월 뒤 있을 4·13총선 표심을 의식했다는 지적이었다. 은행에 가이드라인 적용이 시작된 올해 상반기에도 집단대출에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일어났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으로 11조6000억원이 더 늘었다.
25일 발표한 대책에선 뒤늦게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한다고 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핵심적인 ‘무기’는 꺼내지 못했다. 집단대출에 여신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데 대해서는 “은행에 데이터베이스가 잘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대며 단계적으로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또 전문가들이 주장해 왔던 분양권 전매제한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환원 역시 “서민들의 주택 매매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LTV, DIT 규제완화를 연장해놓고 한달 만에 가계부채 관리를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가계부채 질을 개선하려면 이 문제에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의 생계형 대출 해결에도 별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는 대신 추경 등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계획만 세웠다. 중금리 대출인 사잇돌대출 활성화, 서민금융 통합지원센터 확대 등 기존의 대증 처방을 재탕하는 데 그쳤다. 은행 등 제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상호금융권에 생계형 대출이 몰리고 있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자영업자 부채 대책 역시 생략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9월 김영란법 시행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화되면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상호금융권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2금융권 대출이 늘긴 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여신심사 강화로 인해 밀려난 사람”이라면서 “이런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완화시키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당국에는 개인별 소득·부채·자산 등의 정보를 종합한 데이터베이스도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 없이 대책부터 내놓은 셈이다. 조 연구위원은 “돈이 없어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생활하는 사람이 빌리는 돈이 가계부채다. 이 부분이 명확하게 조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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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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