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줄여 가계부채 증가세 잡는다"
정부 가계부채 종합대책
상반기 가계부채가 125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최대 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운 가운데 정부가 추가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놨다. 주택시장의 공급 물량을 규제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줄이면서도 투기세력 차단을 위한 전매제한은 시행하지 않기로 해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대출 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 냉각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25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확정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택 과잉공급 우려에 대응해 택지공급 축소, 분양보증 심사강화 등 주택공급 프로세스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먼저 주택공급 제한에 나선다. 지난해 6.9㎢, 12만8000호에 달하던 LH 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올해는 4.0㎢, 7만5000호로 줄이기로 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의 신청시점을 사업계획 승인 이후로 조정하고 택지 매입 전 분양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심사를 실시해 금융기관의 PF 대출 심사도 강화한다.
또 인허가 단계에선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주택정책협의회를 개최해 합동 시장점검에 나서고 시장동향 정보공유 등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본격적인 공급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업자는 30호 이상 단독주택,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건설할 경우 지자체장의 승인이 필요한데, 현장 조사 및 시장 점검을 통해 인허가를 보다 면밀히 시행함으로써 주택공급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해 50만호 분양에 이어 올해도 20만호 이상 분양되는 등 분양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이에 따른 중도금 대출이나 잔금대출, 즉 집단대출이 상당부분 늘어나 가계부채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주택 공급과잉을 최소화하기 위해 택지 구입부터 인허가, 분양 보증, 분양 잔금 지급까지 단계별로 제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현상에 대한 미봉책을 마련하는데 급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가계부채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그 시점을 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가 열리고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 시행과 일치한다"면서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시중의 관망자금이 대거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고,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서민들의 '추격 매수'가 본격화되면서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경환 전 부총리는 2014년 8월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및 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겠다면서도 LTV·DTI 규제 환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LTV DTI 관련 정책은 부동산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정상화 대책'이었다"며 "지금도 주택 구입 실수요자들이 LTV·DTI 규제 완화 혜택을 보고 있는 만큼 환원하기보다는 주택 공급량을 조절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력한 실수요자 보호를 할 수 있는 전매제한 규정이 빠진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보증 한도 축소 등으로 오히려 서민 실 수요자의 주택 구입 부담만 늘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책 마련 과정에서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제한을 금융위 측이 제안했지만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며 "보증 건수를 줄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것보다 분양권 전매제한을 실시하면 투기 세력을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유로 전매제한을 제외한다는 것은 결국 국내 부동산 시장이 투기 세력에 기대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바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전매제한은 둔탁한 규제"라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해 전매제한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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