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살 때다"..서울 '전셋값+1억2000만원' 거래 건수 2배 증가
뉴스 포커스 - 한경·렌트라이프 2013년 4분기 거래동향 조사
서울, 입주 10년안팎 아파트 중심 매수세
경기 '전셋값+8500만원' 거래 증가 추세
[ 김보형 / 김진수 기자 ] 무주택 실수요자 저리 융자 등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과 전셋값 고공행진 등으로 전세입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 중개업소에는 아파트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임대전문 정보업체인 렌트라이프와 한국경제신문이 작년 4분기부터 매매건수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조사해 본 결과 전세보증금과 매매가 차이(전세가율 70%)가 크지 않은 지역의 매매건수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정부 규제책이 사라진 데다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올라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며 "상반기에는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활기를 띨것"으로 전망했다.
○평균 1억2000만원 보태면 내집
서울에서 전세가율(국민은행 기준)이 70%에 육박(66~69%)하는 성북·금천·구로·강서구의 작년 4분기 거래 건수(4089건)는 이전 분기(1933건)보다 두 배 급증했다. 이들 지역에서 세입자가 집을 살 경우 전세보증금에 평균 1억2000만원 정도를 보태면 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신대방동 현대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평균 전셋값은 3억원, 매매가는 4억3000만원이다. 가락동 쌍용1차 전용 59㎡형도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1억2200만원(매매가 4억2400만원·전셋값 3억200만원)이었다.
경기에서는 입주 2년차 이내 새 아파트와 택지개발지구 아파트의 거래가 많았다. 지난달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선 수원시 장안구와 영통구, 군포시, 의왕시 등을 중심으로 거래가 많았다. 수도권 남부 주거지인 용인·화성은 물론 김포 한강신도시와 고양시 식사동 등도 저점 매수세가 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전세입자 매매전환 빨라질 듯
최근 수도권 주택거래 상황을 보면 과거 '전세가율 60%'에 움직였던 매수세가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70%대에 육박해서야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집값이 비싼 서울은 전세가율이 70%대에 가까운 지역이 거래가 늘었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경기(68.1%)와 인천(63.7%) 등도 평균 전세가율 60%대를 초과한 시점에서 매수세가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전셋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세가율 70% 초과 지역'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거래 움직임이 과거 부동산경기 활황기 때 보였던 모습과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가 거래를 촉발해 수도권 외곽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 같은 '파장이론'이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주택 매수층이 투자자가 아닌 전세입자 중심의 실수요자여서 과거 활황기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며 "집값이 저렴한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의 '중저가 중소형'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셋값 급등으로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는 '깡통 전세'에 대한 불안감도 매수세 확산의 원인으로 꼽혔다. 경매시장에서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8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집이 경매에 부쳐졌을 경우 전세금을 떼이지 않기 위한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이영진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부동산팀장은 "전세가율이 70%를 넘는다는 것은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험성이 커진다는 뜻"이라며 "일부 전세 수요자가 매매나 반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수도권 주택 매매시장은 2012년 말 침체 국면에 돌입한 이후 작년 말부터는 회복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는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는 국면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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