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손익공유형 모기지, MB정부 지분형 아파트 복사판?
8·28 전월세 대책에 포함된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가 이명박 정부에서 실패한 지분형 아파트의 복사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과 기관이 아파트의 지분을 나눠서 소유한다는 큰 틀에서 수익 공유형 모기지와 손익 공유형 모기지가 이명박 정부 시절 핵심 부동산 정책이던 지분형 아파트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 지분을 나눠갖는 큰 틀에서 유사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 연기금이 49%, 소비자 51%를 골자로 한 지분형 아파트를 내놨다. 지분형 아파트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이 집을 반값에 사고, 이후 매매 시 발생하는 차익을 가져가는 구조였다.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수익 공유형 모기지와 손익 공유형 모기지도 구조는 유사하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상품에 따라 40~70%까지 국민주택기금 자금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에는 집값 상승분에 대한 지분만큼 이익으로 가져간다는 점도 같다.
이명박 정부가 내놨던 지분형 아파트도 당시에는 획기적이란 평가였다.
그러나 지분형 아파트가 실패한 원인은 집값이 꾸준히 상승해야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었다. 지분형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해서 집값이 은행이자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 집값이 상승한다는 보장이 있지 않은 이상 기관투자자들이 나설 리 없기 때문이다. 만약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정부가 기관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보장해줘야 한다.
◆ 투입되는 자금 성격 달라
지분형 아파트는 중간 배당 투자수익이 없었다. 개인을 대상으로 지분형 아파트 펀드에 간접 투자를 허용하고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방안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지분형 아파트는 중간에 정산 가능한 투자수익이 없고, 집을 팔았을 때 발생하는 자본 차익밖에 없어 부동산 펀드 구조에 적합하지 않았다.
주간 단위까지 투자 수익률을 계산하는 펀드가 지분형 아파트에 투자하면 중간에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기관은 물론 펀드 운용기관에서도 외면했다.
이번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이자를 통해 주택기금이 중간배당을 받아간다. 금리는 1~2%대로 정해 수익을 떼어가고, 향후 매매 차익에서 지분만큼 수익을 가져간다. 자금은 모두 주택기금을 통해서만 조달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지분형 아파트는 민간 자본에 의존하지만, 이번 모기지 상품은 사실상 정부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 기관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은 유사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는 주로 장기·고정금리형 분할상환 대출에 초점을 맞춘 데다, 구매 여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계층을 대상으로 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수익 공유형 모기지는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방식(20년)이므로 만기에 일시적인 원금 상환부담은 없다.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집값의 최대 40%까지만 지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목돈이 있는 무주택자를 위한 상품이다.
다만 대출 대상에 대한 심사를 꼼꼼히 하더라도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향후 손실 리스크까지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주택기금의 부실 위험이 크다. 실제 정부는 300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추가 시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분형 아파트도 손실에 대한 우려로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펀드 조성이 쉽지 않아지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대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자금회수도 어렵고 손실 가능성도 있는 만큼 민간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연기금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기금 부실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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