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이번엔 "전월세 대책 내놓아라" 숙제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전ㆍ월세난과 관련 "이번 주부터 은행에 전세자금대출한도가 확대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후반기 주택정책의 주안점을 전ㆍ월세난 해결에 두고 국민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당정 간에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세법개정안에 이어 전ㆍ월세난으로 서민과 중산층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대통령의 새법개정안 원점 재검토 지시로 홍역을 치른 기획재정부는 20일 국회에서 여당과 관련 당정협의를 갖기로 했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상의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전세가격 문제를 단기에 해결할 뾰족한 대책을 찾기 힘들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기재부의 복안은 우선 대통령 공약인 '목돈 안드는 전세'지원범위를 확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다소간의 부작용을 각오하더라도 가격통제 정책인 전월세 상한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은 소극적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전월세 상한제 같은 가격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원칙이며, 얼어붙은 부동산 매매 시장이 정상화해야 전ㆍ월세 가격도 안정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월세 세입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저소득자 대상 주택바우처 제도 도입 ▦전세보증금 세제 지원 등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세법개정이나 전ㆍ월세난 대책 같이 경제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신속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 관료들의 운신폭은 계속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박대통령은 이날 증세나 복지공약 수정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에 복지를 위한 증세를 얘기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먼저 기본부터 바로잡아 탈세를 뿌리뽑고 낭비되는 누수액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증세 없는 복지확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이 역시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정책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복지재원으로 5년간 135조원 확보한다고 했는데 증세하고 세원 양성화를 다 해봐야 절반 수준 밖에 안 될 것"이라며며 "복지를 조정할 수도 있고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논의를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임기 초반이라 증세 없는 복지 같은 공약은 수정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해도 향후 1, 2년간 논란이 계속된다면 결국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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