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세→월세 전환 과도기..속도조절 필요"

2013. 8. 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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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연착륙 위해 전세 확대·월세입자 지원 등 제안 "자연스러운 변화..시장 자율에 맡겨야" 의견도

시장 연착륙 위해 전세 확대·월세입자 지원 등 제안

"자연스러운 변화…시장 자율에 맡겨야" 의견도

(세종·서울=연합뉴스) 서미숙 윤선희 현윤경 기자 =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 품귀, 월세 적체' 현상의 원인중 하나를 공급시장 왜곡에서 찾는다.

최근 몇 년새 2인 이상 전세수요를 흡수했던 다세대주택 등이 헐리고 월세가 주류인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소형주택이 대거 공급되면서 전세물량은 급감하고 월세는 증가하는 '미스매치(불일치)'가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는 수요의 불일치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주택을 사야 할 여유있는 사람들이 '전세'로 눌러앉길 원하고, 집주인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전셋집을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 내놓으면서 전세난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도기적'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전세보다 싼 월세가 쌓여 있지만 자신의 월급을 임대료로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전세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긴 힘들 것"이라며 "세입자들이 월세 임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은행에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는 현재의 저금리 시대에는 전세제도가 맞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수요자들은 보유세 등 세금을 낼 필요가 없고 주거비용이 가장 낮은 전세제도를 여전히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와 월세의 미스매치는 일정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그러나 전세대책에 관한한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4·1부동산대책과 7·24 후속조치(주택수급조절방안)로 주택거래를 정상화해 전세 수요를 자연스럽게 매매 수요로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억원짜리 전세 세입자에 대해 전세자금대출 등 직접 지원을 하는 것보다는 집을 살 수 있는 잠재 수요를 매매수요로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반기에 취득세 영구 인하·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조속히 시행해 매매시장의 물꼬를 터준다면 전세시장도 안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7·24 주택수급조절방안으로 발표한 후분양 보증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모기지 보증 등이 시행되면 건설업체가 갖고 있는 준공후 미분양이 전세물량으로 나와 임대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중에 시행될 목돈안드는전세Ⅱ(임차보증금 반환청구구권 양도방식)는 현행 5~6%선인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4% 초반대로 낮아져 전세입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전세 급등을 잠재우고 월세 전환을 늦춰주는 '속도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방안의 하나로 현재 전세보증금에 대한 간주임대료 과세 제도를 없애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자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보증금 과세제도는 3주택 이상 보유자 가운데 전세보증금 3억원 초과분의 60%의 이자상당액만큼 수입금액에 산입해 간주임대료를 계산해 과세하는 것이다.

월세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제대로 매겨 과세 투명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민간의 매입 임대사업을 활성화해 전세 물량이 증가할 수 있도록 임대의무기간을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낮추자는 방안, 매입 임대사업용 주택의 금액(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규모(전용면적 149㎡ 이하)를 없애자는 의견도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처럼 전세 선호현상이 계속되면 조만간 전세가격이 매매값에 육박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며 "장래에 전세가 소멸되더라도 지금과 같은 과도기에는 임대시장 연착륙을 위한 속도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선덕 소장은 "전세가 없으면 결국 월세 세입자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월세 사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재형저축 이자율을 높여주거나 소득공제를 확대해주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월세 시장 수급 상황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전월세 물량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해야지 정부가 개입하면 전세시장에서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며 "당분간 괴롭더라도 정부가 주택 공급량을 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매매, 전·월세로 넘어가도록 해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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