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다고 할땐 언제고..'공급과잉' 책임 떠넘기는 정부

서울 2013. 7. 31.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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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택 과잉공급 논란]<1>부족하다던 주택이 넘친다고?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기자][[기획-주택 과잉공급 논란] < 1 > 부족하다던 주택이 넘친다고?]

"2011년부터 초과공급 시작"

수요예측 오판 뒤늦게 실토

통계·분석시스템 정비 시급

민간 밀어내기 분양이 문제?

전문가 '정부 책임전가'지적

그래픽=최헌정

 정부가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의 원인으로 '과잉공급'을 지목하면서 민간의 밀어내기식 분양에 제동을 걸자, 책임 전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간분양의 상당부분은 정부의 무분별한 대규모 택지개발의 결과물임에도 자기반성에는 소홀한 채 책임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듯 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각에서 주택의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때마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거나 "전세난 해결을 위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객관성을 높인 주택의 수요예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과공급 뒤늦은 '자각'…책임은 '뒷전'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4.1부동산대책'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주택시장을 과잉공급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과잉공급을 인정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주택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판단, 신도시 개발 등을 밀어붙였다. 검단·동탄·김포·파주·광교 등 수도권 2기 신도시뿐 아니라 MB정부들어 보금자리주택 등 대규모 택지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번 후속조치를 발표하면서 관련 자료를 통해 2011년 수도권의 주택수요가 24만9000가구인데 반해 공급량은 27만2000가구로 초과공급이 시작됐고 이후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민간의 밀어내기식 분양이 지속될 경우 미분양 적체 등 국지적인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며 "공공뿐 아니라 민간의 분양 물량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인 분석과 책임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공급량을 늘려야 집값이 내려가고 전세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공급론'을 끊임없이 펴왔으나, 이제야 과잉공급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정부는 앞으로 철저한 자기반성의 토대 위에 새로운 주택공급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엉성한 통계, 허술한 분석

 정부의 주택수요 조사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1~2인가구를 모두 신규매수자로 포함하거나 구입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계산하는 방법, 과거 고도 성장기를 기준으로 삼아 추세를 연장하는 방식을 사용한 탓에 수요자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변창흠 교수는 "이해관계를 벗어나 주택수요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 "주택의 장기 공급계획을 만드는 업무는 특정 부처가 아닌 청와대 산하의 별도기관이 맡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미분양주택 통계에 대한 신뢰성도 논란이다. 주택의 수요·공급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국토부의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 자료는 공공부분이 제외돼 있어 반쪽짜리 통계란 지적을 받는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주택 수요·공급 밸런스를 파악하려면 민간뿐 아니라 공공물량까지 포함해 발표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부의 미분양 통계는 기본적으로 각 민간업체들로부터 수치를 취합하는데, 이 과정에서 허위신고 가능성이 열려있을 뿐 아니라 미분양 기준이 3순위 청약 미달로 삼는지, 1~2개월이 지난후에도 주인을 못찾는 경우로 판단해야 하는지 등 합의된 정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점 때문에 과거 통계청의 국가 통계 품질조사 과정에서 미분양주택 자료의 객관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고 전문가들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했었지만 기준 마련이 어려워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고 전했다.

 특히 민간의 미분양주택 중 정부의 공공택지개발 과정에서 토지를 분양받았던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자료는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민간이 자체 개발한 토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 주도의 공공개발 과정에서 땅을 분양받아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원인 파악이 명확하게 이뤄줘야 '공공-민간'의 책임 소재를 파악하고 중장기적 대응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의 택지공급은 계속 이뤄지고 있고 신규주택 분양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공택지는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토지(분양금액 기준)는 올 6월 말 현재 30조60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6월 27조4000억원보다 11.7% 증가했다.

 LH의 미분양 토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이 겹쳐 2009년 17조8000억원에서 2010년 27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집계되지 않은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기업의 미분양 토지까지 합하면 정부의 판단 오류와 택지의 과잉공급 문제도 주된 원인이란 지적이다.

 국토부가 분기별로 집계하는 건축의 허가·준공·착공 면적 자료 역시 단순 수치 제공에 그친다. 국토부는 2008년부터 해당 자료를 발표하면서도 이를 토대로 주택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의미있는 통계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초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 외부용역을 맡겨 해당 통계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분석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통계에 대한 분석 작업이 소홀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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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기자 byj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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