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전세 해결책 '후분양'..과연 잘 될까?
[머니투데이 송학주기자]["저리대출로 건설자금 숨통" vs "초기 사업비 높아 분양가 상승" 의견 분분]
4.1부동산대책 후속조치 중 '후분양' 관련 방안 및 개정사항./자료제공=국토교통부 |
정부가 '4·1부동산대책' 후속 조치로 미분양이 적체된 지역에서의 분양 예정 물량을 '준공후 분양'(후분양)이나 '준공후 임대전환'으로 돌리는 기업에 저리의 건설자금 대출을 확대키로 한 데 대해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 건설기업들은 사업 초기 분양가의 60% 안팎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 '가뭄에 단비'가 될 것이라며 반기는 반면, 후분양제를 시행할 경우 부동산시장 활성화 효과가 불투명한데다 심각한 금융 리스크도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24일 내놓은 '주택공급 조절방안'에 따르면 건설기업이 후분양을 선택할 경우 정부는 분양보증기관인 대한주택보증(대주보)의 지급보증을 통해 건설비용의 50~60%를 연리 4~5%로 대출해 주기로 했다. 여기에 후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할 경우엔 10%의 추가 대출도 지원해 줄 방침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체의 자금줄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준공 후 미분양'이란 점에서 정부가 저리 대출을 알선해 분양시기를 조절해 주고 전·월세 등 임대로 돌릴 수 있게 숨통을 터주면 '미분양 리스크'를 덜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공급시기를 조절해 미분양을 줄이고 미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해 싼 전셋집을 찾는 실수요자와 자금 부족에 허덕이는 건설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게 정부측 논리다.
대한주택협회 관계자는 "미분양 위험이 커 선뜻 분양에 나서지 못했던 건설업체들도 건설자금을 지원받아 아파트를 지을 수 있고 준공 이후에는 분양이나 임대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길이 열리게 된 것"이라며 "건설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7~2016년 수도권 주택 수요·공급 추이 및 전망./자료제공=국토교통부 |
◇건설기업 선분양 선호, 실효성 '의문'…금융비용있는 후분양은 '부담'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혜택을 받는 건설기업들은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선분양한 후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공사비용을 충당하면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데 반해, 후분양은 저리의 대출이라도 이자 비용이 발생해서다.
한 대형건설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선분양으로 공사대금을 충당해 왔는데 후분양을 하면 토지비용과 함께 공사대금까지 빚을 얻어 사업하는 것"이라며 "준공뒤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고 후분양에 대해 비관적으로 말했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높거나 자금여력이 되는 건설기업들은 후분양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후분양할 경우 건설자금을 대출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비가 높아져 분양가를 상승시키고 이는 결국 미분양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형건설기업 관계자는 "2~3년 후 분양시장 여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분양할 경우 선분양보다 초기 자금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며 "준공후 분양시장이 더 침체할 경우 자금회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후분양 유도 정책은 앞으로 시장이 회복될 것이란 믿음에 기초한 것이어서 2∼3년 뒤 실물경기 등이 회복된다면 주택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분양시기에 거시경제 악화로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분양 리스크를 잠시 덮어두는데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실효성 '의문'…"오히려 전세난 심화될 것"
부동산 전문가들도 민간 공급을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은 옳다고 평가했지만, 대주보의 지급 보증이나 후분양 유도에 따른 금융권의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도 후분양제가 도입됐지만 건설업체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소할 금융환경 미비로 좌절됐다"며 "대주보가 이같은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분양으로 분양이 지연되는 물량이 3000가구만 돼도 시공비가 1조원이 넘는다"며 "이 경우 대주보의 지급보증액은 5000~6000억원에 달하고 이같은 사업장 몇 개만 합쳐도 몇 조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대주보는 후분양 지급보증금액을 1조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전세난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전셋집은 서울권인데 수도권 외곽지역에 몰린 미분양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민간의 공급물량 감소로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공급 축소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공급조절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분양 지역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으면 기존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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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송학주기자 hak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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