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닫힌 대한민국] MB·박근혜 정부 성장론 실종? 실패한 '747 정책'..헷갈리는 '창조 경제'

2013. 5. 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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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내건 경제정책의 캐치프레이즈는 '747(연평균 7% 성장, 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이었다. 그러나 이 구호는 공허한 울림이 되고 말았다. 미국발 금융 위기와 유럽발 재정 위기 등 대외 요인이 급격히 악화한 것은 747 공약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다. 물론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한 공약을 내건 것일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08년 9월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렸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였다. 4%대를 목표로 하던 경제성장률은 2.3%에서 멈추고 말았다. 이듬해인 2009년엔 말 그대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2009년의 경제성장률은 0.3%에 불과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어 2010년엔 성장률이 6.2%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성장세는 2010년을 정점으로 다시 꺾였다. 경제성장률은 2011년 3.6%, 2012년 2.0%를 기록했다. 2010년을 제외하면 이명박 정부 5년간 성장률은 3%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경제를 성장률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극화다. 피부로 느끼는 양극화 정도인 상대적 빈곤율(중위 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나빠지는 추세다. 이 비율은 2007년 14.8%, 2008년 15.2%, 2009년 15.3%로 악화되다가 2010년 14.9%로 개선 조짐을 보였으나 2011년엔 전년 대비 0.3% 포인트 뛰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민이 늘었다는 의미다.

양극화가 생긴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앞에서 질주하면 '낙수 효과'로 가계의 살림이 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했다.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국가 채무는 299조2000억 원에서 445조2000억 원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노렸던 낙수 효과가 생겨나지 않았고 가계 지표는 나날이 악화됐다. 1000조 원 규모의 가계 부채는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가계 부채는 665조4000억 원 수준이었다.

MB 정부 성장률 줄곧 3%대

부채도 자산이므로 재무만 탄탄하면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한국 가계의 재무 상황은 나날이 악화됐다. 가계의 재무 여력 비율은 2009년 6월 29.9%에서 2012년 6월 기준 9.7%로 떨어졌다. 신용 하위권인 7등급에 속한 채무자 비중 역시 늘었다.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저신용층이 비은행권으로 몰려 가계 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수출 주도형의 한국 경제에서 내수는 결국 가계가 만든다. 최근의 내수 시장은 꾸준히 최저점을 찍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2005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0.3%)을 기록했고 대형 마트의 매출 증가율 역시 마이너스 3.3%로 집계돼 지난 8년 동안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가계의 소비는 고용과 직결돼 있다. 안정된 직장이 있어야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전 59.8%이던 고용률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 58.6%까지 하락했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2012년 59.4%로 상승했지만 출범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공도 있다. '대기업 친화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더 자세히 따져보면 이명박 정부의 핵심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대부분 수출 기업들이기 때문에 정책 수혜를 크게 봤다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 때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432억51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5년 내내 흑자를 유지했다. 총 1347억 달러다. 그 덕에 외화보유액은 2622억2000만 달러에서 3269억7000만 달러로 24.7% 늘었다. 2007년 달러당 평균 929.16원이던 환율은 2012년 달러당 평균 1126.76원으로 21% 올랐다. 취임 첫해 8573억 달러를 기록한 교역량은 2011년 1조796억 달러, 지난해 1조675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조 달러를 뛰어넘는 등 크게 늘었다.

부랴부랴 '창조 경제 TF' 만드는 상황

이 같은 수치적 결과는 차치하고 이명박 정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4대강 사업'이다. '녹색 성장'을 기치로 한 4대강 사업에 무려 30조 원이 투입됐다.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긴 하지만 냉정히 따지면 4대강 사업의 의도는 건설 경기 활성화다.

건설 경기가 경제성장률, 특히 내수 활성화에 가장 빠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4대강 사업을 통해 '속전속결'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는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경영 여건은 현재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만약 30조 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혹은 금융업의 성장에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아무도 모르는 결과이긴 하지만 아마도 일정 정도의 효과를 분명 내고 있을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가 없었다는 것은 잠재성장률 하락에서 알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2009년에 4.4~4.6% 수준이었던 잠재정장률은 2010~2012년에 3.3~3.8%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경제 캐치프레이즈인 '창조 경제'다. 기존과 다른 패러다임의 경제 발전 정책으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의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 경제론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하겠다'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지난 두 달간 발표된 주요 경제 대책은 추가경정예산 19조3000억 원 편성과 4·1 부동산 종합 대책 정도가 전부다. 둘 모두 창조 경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그러다 보니 정부 부처 간에도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기업들이 보유 현금 52조 원의 10%만 투자해도 추경에 버금가는 경기 활성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기업 투자를 독려했다. 하지만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세무조사와 불공정 행위 조사로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당은 취임 후 석 달이 지난 이제야 '창조 경제'를 뒷받침할 당내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을 검토 중이다. 당으로서도 논란이 지속되면 창조 경제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TF 기구를 중심으로 당정 협의 등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물을 도출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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