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사업 디폴트..왜 여기까지 왔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데는 주주간 경영권 다툼과 자금조달이 난항을 겪은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부동산 침체로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서로 자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책임을 미룬 탓 역시 크다는 평가다.
■"네 탓 내 탓" 다툼에 사업은 산으로
용산개발사업은 지난해부터 1·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자금지원과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이번 참사를 예고했다. 코레일 측은 "공기업인 코레일만 지속적으로 자금을 대고 있다"면서 "민간 출자사들도 지분만큼 부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코레일은 지난해 롯데관광개발이 갖고 있는 시행사 드림허브프로젝트(PFV)의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45.1%를 인수한 뒤 사업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철도청부지와 한강변 아파트 등을 동시에 일괄적으로 통합개발하는 방식에서 단계적 개발로 바꾸겠다고 한 것.
이에 대해 드림허브는 최근까지 단계적 개발의 실체를 밝히라고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사업무산 위기에 따라 지난달 28일 결국 지분 45.1%를 코레일에 양도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금마련이 여의치 않으면서 공방은 이어지고 있다.
네탓 공방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000억원에 대한 이자 59억원을 납부하지 못해 디폴트에 빠지게 된 상황을 두고도 여전하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코레일이 돈을 내는 대한토지신탁에 확약서를 요구하는 상황이나, 확약서를 합의하고도 지급보증서를 거부하는 상황은 현 코레일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고의부도를 낸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AMC가 코레일이 지급보증 확약서 거부로 디폴트가 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디폴트를 막기 위해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지 못한 AMC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부동산 침체에 추가투자 '외면'
사업이 지난 수년간 '좌초' 위기에 놓인 것은 사실상 부동산 경기 침체가 발단이다. 사업 구상 단계였던 2006년은 부동산 경기 호황 시점이었던데다 개발 계획 발표로 주변 집값과 땅값이 2~3배씩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졌고 수익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추가 투자를 놓고 사업 참여자들간의 눈치보기가 시작된 것.
코레일의 입장에서는 애초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부터 서부이촌동 지역이 개발계획에 포함된 점, 또 롯데관광개발에 모든 권한을 넘겨준 점 등을 악수(惡手)로 꼽는다.
용산개발사업은 코레일이 정부로부터 경부고속철도 건설비용에 따른 빚 4조5000억원을 떠안으면서 경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용산 일대를 개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보면 철도부채 해결을 위해 용산차량기지 부지만 매각하는 게 타당했지만 지분 29.9%를 투자해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로 인해 서부이촌동 지역이 개발계획에 포함된 점도 사업성을 더 악화시켰다. 코레일은 당초 용산차량기지 부지 개발을 제안했지만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2007년 8월 서부이촌동 2200가구를 포함해 통합개발하라고 요구한 것. 이에 따른 보상문제로 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허비됐고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개발부담을 용산 개발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삼성물산에 이어 주관사가 된 롯데관광개발의 자금력과 역량 부족도 마찰을 빚어 왔다. 특히 자본금이 55억원 밖에 되지 않는 여행관광업 전문업체인 롯데관광개발이 총사업비 30조원이 넘는 용산개발사업을 이끌어갈 역량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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