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푸어, 꽉막힌 대책
[세계일보]7만, 10만, 81만, 108만, 198만….
중구난방으로 쏟아지는 우리나라 '하우스푸어' 통계의 현주소다. 하우스푸어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고 발표기관마다 수치가 들쑥날쑥이다. 정부는 대책에 팔짱을 끼고 있다. 은행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은행 빚에 시달리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의 가슴만 멍들고 있다.
◆기준 없고 통계는 '중구난방'
하우스푸어에 대한 통일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출로 집을 샀지만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라는 막연한 개념만 있을 뿐이다.
이렇다 보니 연구기관마다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제각기 수치를 내놓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광의의 하우스푸어' 기준으로 2010년 156만9000가구, '협의의 하우스푸어' 기준으로 108만4000가구를 각각 제시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생활소득과 자산 대비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를 토대로 주택담보대출자의 7명 중 1명 꼴인 81만가구를 추산해냈다. KB금융이 주택을 모두 팔아야 빚을 갚을 수 있는 가구가 7만가구라고 밝히자 정치권에선 이를 하우스푸어로 잘못 인용해 쓰기도 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198만가구(2010년 기준), 새누리당은 28만4000가구라고 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30일 열린 세미나에서 9만8000가구라고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자 중 아파트값이 10% 이상 하락한 가구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런 들쑥날쑥 통계에 금융당국도 혼란스럽다고 토로할 정도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하우스푸어 규모는 7만가구에서 198만가구까지 편차가 큰 추산치가 나왔다"며 "명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팔짱 낀 당국…대책은 '오리무중'
하우스푸어 대책은 안갯속이다.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1주택 보유 실거주자를 대상으로 은행에서 주택을 신탁 후 임대하는 방안(트러스트 앤 리스백)을 제시했으나 정작 금융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개별 은행이 대책을 마련해 리스크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개입과 은행권 공동대응에 반대한다.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으나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다. 은행들은 당국의 눈치만 살핀다. 하우스푸어 대책이 사실상 실종된 것이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느 수준부터 심각한 문제인지, 금융권과 정책당국 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제도 개선을 통해 일정 수준까지 유도하고 어느 수준부터는 개입하겠다는 청사진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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