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대출 사상 최대.. 렌트푸어도 "아이고"
[세계일보]전세자금 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른 전셋값을 대기 위해 은행에서 끌어쓰는 빚이 늘면서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세자금 대출잔액은 지난 5월 말 현재 사상 최대치인 22조5422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20조2262억원에 비해 5개월 새 2조3160억원(11.5%)이 불었다.
전세자금 대출은 증가 규모에서도 사상 최대였다. 1∼5월 기준으로 2008년 8879억원에서 지난해 1조9844억원으로 확대되다 올 들어 2조원을 넘어섰다.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한 것은 수도권 전세시장에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전·월세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전셋값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선 '하우스 푸어'에 이어 '렌트푸어'(Rent Poor·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에 벅찬 무주택 세입자)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 종합지수'(기준치 100)는 지난달 106.9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2년 전인 2010년 7월 90.1에 비해 전셋값이 전국적으로 18.6% 오른 것이다. 전국 평균 전셋값은 작년 7월 1억3084만원에서 지난달에는 1억3917만원으로 1년 새 833만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격 상승폭 201만원의 4배를 웃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2억644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270만원이나 올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아파트는 24.3%, 일반주택은 18.7%씩 급등했다. 2년 전 2억원짜리 아파트 전세에 들어갔다면 올해에는 5000만원을 더 올려줘야 하는 셈이다.
서민들 주거는 갈수록 불안한 상황이다. 집 장만은 차치하고 변변한 전셋집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전셋값 폭등 탓에 4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를 꼬박 6년간 모아야 방 2개짜리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내년 적용되는 4인 가구 최저생계비 155만원을 기준으로 전용면적 50∼60㎡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조사한 결과 전국 평균 6년 2개월이 걸렸다. 서울 지역은 같은 면적의 전셋집(평균 전세금 1억9509만원)을 얻으려면 최저생계비를 한푼도 쓰지 않고 10년 5개월을 모아야 한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더 싼 지역으로 쫓겨가는 '전세난민' 행렬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집값 하락으로 주택 매매가 줄고 결국 집을 사기보다 전세로 거주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로 하우스푸어의 고통이 전셋값에 찌들리는 렌트푸어 쪽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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