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보완' 자산 많은 은퇴자 대출제한 풀린다
정부 "DTI 불합리한 부분 개선…가계부채 여전히 심각"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보완한다.
DTI 규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원활한 주택거래를 위해 실수요자의 특성에 맞춰 일부 불합리한 부분을 고친다는 것이다.
자산은 많고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대출받는 데 제한을 받아온 기존 관행을 개선하는 데 정부의 노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부는 DTI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가계부채 문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원칙적으로 현 단계에서 DTI 규제 폐지나 완화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인다.
부동산경기 침체를 이유로 건설업계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거시경제 전반에 위험 요인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이 꾸준히 지적해온 한국경제의 대표적인 리스크다. 자칫 DTI 규제를 완화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속하면 한국경제의 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DTI 규제 완화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13일 내외신과의 공동인터뷰에서 DTI 완화 요구와 관련해 "DTI 풀었는데도 부동산 경기는 제자리에 있고 가계 부채만 늘리는 게 아닌가 싶어 못 한다"고 못박았다.
정부는 청와대 내수활성화 토론회의 논의 결과와 추진과제를 22일 발표하면서도 DTI 규제의 `일부 보완'이라는 표현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DTI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다. 빚을 갚을 능력보다 돈을 많이 빌리는 것을 막으려고 도입됐다.
가계부채 문제의 안전판으로 만들었지만 부작용도 적잖았다.
은퇴자가 주택담보 대출을 받으려 할 때 자산이 많아도 소득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빌릴 수 없는 문제점 등이 이 제도의 한계로 지적돼왔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DTI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은퇴자 대출 제한 등 잘못된 부분을 들여다보고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DTI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부분을 일부 보완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나라 신인도에 큰 영향을 주는 가계부채 문제를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911조4천억원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분기 677조2천억원에서 34.6%(234조원)나 불었다. 5월 말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0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0.85%까지 올라 5개월째 상승했다. 가계부채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뇌관'인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DTI 규제의 일부 허점을 손질하는 `미세조정'에 나서되 임대주택 활성화 조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방안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골프장 개별소비세 인하 방안을 조만간 세법개정안에 담을 개연성이 높다.
국내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휴가 반드시 가기'를 공공부문과 민간기업 차원에서 시행하고 연가보상비는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3일 기재부 신제윤 제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청와대 내수활성화 토론회에서 나온 정책과제들을 논의할 계획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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