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경전철..역에는 무시무시한 경고"민자사업으로 용인의 미래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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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에 용인의 미래를 빼앗겼습니다."
20일 낮 용인시의회 이희수 의원(민주통합당)은 답답한 듯 한숨을 내뱉었다. 시의회에서는 용인행정타운 앞 중부대로를 가로지르는 용인경전철 시청·용인대역사와 고가철로가 한눈에 들어왔다.
공사는 2010년 7월 마무리됐지만, 경전철은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운행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수요예측과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을 통한 '혈세 퍼주기' 비판으로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용인시가 사업자인 용인경전철주식회사와 맺은 협약에 따르면, 30년 동안 재정지원 규모만 3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용인시는 지난해 3월, 협약을 해지했다.
용인경전철 운영 인력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고, 처인구 삼가동 차량기지의 문은 굳게 닫혔다. 이용객으로 붐벼야 할 각 역사 입구에는 '무단 침입을 엄금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내걸렸다.
실패한 경전철 사업은 용인시와 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사업자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마련하느라 용인시는 재정위기에 내몰렸다. 최근 용인경전철㈜와 새로운 협약을 맺기로 했지만, 막대한 재정지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해 용인시의회 용인경전철조사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이희수 의원은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용인경전철 사업은 민자사업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운임 인상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을 비롯한 많은 민자사업의 '어두운 미래'이기도 하다. 이희수 의원은 "민자사업은 시민이 아닌 사업자 이익을 위한 사업이고, 그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민사사업자 간의 유착이 발생한다"며 "이를 철저히 파헤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수요예측과 막대한 지원금... '혈세 퍼주기'로 전락한 민자사업
용인경전철 사업은 1995년 8월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의 지시로 시작됐다. 자연농원(현 에버랜드)과 한국민속촌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용인시장을 꿈꾸는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경전철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외환위기로 교통 인프라에 대한 재정투입 여력이 부족했던 정부도 민자사업을 장려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2004년 7월 용인시는 캐나다 봄바디어의 자회사인 BTIH와 건설사 등이 주도하는 용인경전철㈜와 협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했다. 용인경전철㈜가 총사업비 1조127억 원 중 6354억 원을 부담하고 30년간 운영을 맡기로 했다. 협약에는 '혈세 퍼주기'로 이어질 문제의 조항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과도한 수요예측과 이에 따른 최소운영수입보장 조항이다.
교통수요가 많아야 지자체는 사업 추진 명분을 얻고 정부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민자사업자에게는 돈 벌 기회다. 용인시와 용인경전철㈜는 2011년 하루 평균 이용객을 16만1000명으로 내다봤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보고서를 기초로 했다. 하지만 사업 중단 뒤 2011년 1월 경기개발연구원의 검증 결과, 하루 평균 예상 이용객은 3만2400명에 불과했다.
수요예측이 5배가량 '뻥튀기'된 셈이다. 이는 교통연구원과 봄바디어의 유착으로 인한 것이었다. 검찰은 지난 5일 용인경전철 사업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봄바디어는 연구원들에게 매년 명절 선물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이들과의 사적인 접촉을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뻥튀기 수요예측은 곧 사업의 막대한 적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용인경전철㈜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 최소운영수입보장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위기에 직면한 용인시... "시장 등 공무원과 업체 유착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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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운영수입보장이란 민자사업자의 실제 수입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최소 수입을 보장해주는 장치다. 교통수요가 부풀려질수록 실제 수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만큼, 막대한 재정 손실로 이어진다. 용인경전철㈜는 예상 수입의 90%(이후 협약 변경으로 79.9%로 낮아짐)를 최소 수입으로 보장받았다. 투자수익률은 8.86%였다.
유례 없이 높은 보장 수준이었다. 협약을 맺기 전인 2004년 3월 당시 기획예산처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가 90%의 최소운영수입보장률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용인시는 무시했다. 또한 지방자치법을 어겨가며 이를 시의회에 상정하지 않았다. 당시 시의원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희수 의원은 "당시 공무원들의 직무유기와 함께, 이정문 당시 용인시장과 민자사업자간의 유착 때문에 터무니없는 협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이정문 전 시장은 용인경전철㈜에 유리한 협약을 체결해주는 대가로, 동생과 측근의 회사가 하도급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0년 7월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막대한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부실공사 논란까지 이어지자, 용인시와 용인경전철㈜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결국 협약이 해지됐다. 용인경전철㈜는 2011년 1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국제중재법원은 같은 해 10월 1단계 배상금만 5159억 원이라고 판정했다.
결국 용인시의회는 지난 19일 배상금 마련을 위해 5153억 원의 지방채 발행 계획을 승인했다. 이로써 용인시 지방채 총발행액은 1789억 원에서 6942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39.8%로, 재정위기 단계(채무비율 40%)를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교육환경개선사업비 30% 삭감 등 긴축 재정으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막대한 혈세낭비 우려... "민자사업 전면 재검토해야"
용인시는 내년 4월을 목표로 용인경전철 정상화에 나섰다. 19일 용인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 조항을 폐지하는 조건으로 용인경전철㈜와 다시 협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사업비가 수입을 초과할 경우에만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30년간 1조6000억 원을 아끼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용인경전철㈜에 지원해야할 금액은 1조8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용인경전철의 실패는 운임 인상 논란을 겪고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1단계)과 빼닮았다. 2005년 5월 이명박 시장이 이끌던 서울시는 민자사업자에게 8.9%의 수익률과 최대 90%의 운영수입을 보장했다. 9호선 역시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인해 실제 수입이 예상 수입보다 낮아, 서울시는 2009년 개통 이후 매년 142억~323억 원을 민자사업자에 지원하고 있다.
이희수 의원은 "최근 논란이 벌어진 서울지하철 9호선을 보면 용인경전철의 실패가 떠올라 안타깝다"며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최소운영수입보장 조항을 삭제하고, 사업자 변경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자체장 치적 쌓기와 민간사업자 수익 수단으로 전락하고 결국 막대한 혈세 낭비를 초래하는 민자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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