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해도 아니고.." 꽉 막힌 출퇴근길에 시민들 '왕짜증'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1."몇 년전부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 출퇴근 교통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용인에서 여의도로 출퇴근 한 지 회수로 5년째인 김필수(35)씨는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간선급행버스체계인 BRT와 전철이 도입되지 않다보니 승용차를 제외한 유일한 교통수단은 광역버스밖에 없다. 이마저도 집 앞에서 타면 좌석이 없어 버스가 출발하는 한 정류장 앞까지 가야 한다. 종로에 내려서도 다시 전철을 이용해 회사로 출근한다. 퇴근시간은 더하다. 남산터널을 지날 때는 너무 서 있어서 멀미까지 날 정도다.
#2. 남양주시 오남과 진접지구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대중교통에 대한 불만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오남이나 진접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가 다른 지역을 들렀다가 서울로 진입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애교 수준. 한 네티즌은 '사고라도 나면 대책없이 10킬로 이하로 거북이 걸음"이라며 "꼭두 새벽에 나와도 지각을 하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와 서울시를 잇는 광역버스는 하루 9600회, 출근시간대는 1000여회 정도 운행되고 있다. 지난 9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출근시간대에는 운행버스 가운데 2대 중 1대는 정원 초과 상태다. 서울로의 출·퇴근 인구가 폭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수도권 대중교통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대중교통과 공식 트위터에는 광역버스 증대와 도로 확장 등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표류하는 수도권 광역교통대책=18일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등에 따르면 각 지자체가 지난해 제안한 각종 교통망 개선 사업이 입장 차이로 대부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 교통인프라 개선이라는 공통과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개선안들은 사업내용이 중첩되거나 타당성 조사에서 실효성이 떨어져 아예 사장된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인익스프레스다. 송도와 서울역을 연결하고, 경인전철 1호선 지상 공간을 지하화하는 사업이다. 예산 마련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 중앙정부 간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현재는 아예 논의도 중단한 상태다. 수도권광역발전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5월 이후 경인익스프레스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쏙 들어간 상태"라며 "지자체마다 다른 구상안을 내놓고 입장 차이만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인 GTX 착공도 내년에서 2013년으로 또 미뤄졌다. 그나마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에 포함돼 정부고시사업으로 추진키로 한 게 다행일 지경이다. 재정 투입과 민간투자사업 등 사업 방식을 놓고 논란만 무성하다. GTX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 이후 예비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라 최종 사업추진방식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조사가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추진방식은 결국 주무관청의 의지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이사는 "수도권 광역교통을 책임질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공적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수도권광역발전위원회나 수도권 교통조합 등이 있지만 독자성을 가지고 일을 하지 않고 다시 3개 광역시(서울, 경기도, 인천) 의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역버스 필요..수도권 동북부는 여전히 낙후=수도권 광역교통체계의 기능 상실도 지적되는 대목이다. 이광훈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에 도로를 건설해도 서울로 진입할 때 병목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철도와 함께 당장 광역버스교통시스템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9월 M버스(광역급행버스, Metropolitan BUS)의 노선을 기존 12개에서 9개 노선을 추가로 선정키로 했다. M버스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 도시를 급행하는 버스로 정류소를 기·종점에서 5㎞ 이내에만 4개씩 모두 8개 이내로 대폭 줄여 운행시간을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경기 분당이나 수지·동탄·송도 등에서 서울 숭례문이나 강남역까지 8개 노선에 157대가 운행하고 있다. 하루 이용객은 2만3000여 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존 수도권 서남부에 국한돼 있다. 수익문제로 사업자가 외면해서다. 때문에 서울로 출·퇴근하는 동북부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남양주 진접에서 잠실로 출퇴근하는 이수진씨는 "기존 버스는 아파트 단지마다 정차하는데다 구리까지 통과하기 때문에 눈이나 비가 올 때는 1시간 반 이상 서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만 지어놓고 분양만 하면 다 되는것 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출퇴근길을 해결하는 'e-버스'도 문제다. 지난 2월 정부는 출·퇴근용 지정좌석제 버스를 운행하던 'e-버스'를 불법이란 이유로 중단시켰다. e-버스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자신이 출·퇴근할 장소와 시간 등을 인터넷으로 신청해 일정 수 이상 모이면 지정 좌석이 있는 전세버스가 대여돼 운행되는 서비스다. 대중교통보다 다소 비싼 한 달 10여 만원의 요금에도 불구, 수도권 전체 신청자 수가 5000여명에 이르렀다. 중단된 지 6개월 만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겨우 국토부는 내년에나 e-버스와 비슷한 '한정면허 버스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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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정 기자 hj_ji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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