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푼다고 문제 풀릴까
정부가 29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10%포인트 상향 조정되고 다주택자의 보유세 중과 완화가 연장되는 등 상당폭의 부동산 규제완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오는 29일 당정협의와 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정부과천청사에서 부동산대책을 발표한다고 26일 밝혔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부동산 관련 부처는 그동안 장관회의와 실무자 회의 등을 여러차례 열어 DTI 완화 문제 등을 놓고 협의를 해왔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주말에 (관계부처 장관 등이) 다 모이는 자리가 있고 당정회의도 해야 한다"며 최종조율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동안 DTI 규제 유지를 주장해온 금융당국이 상당부분 물러서 이견이 많이 좁혀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부동산대책으로 실수요자에 대해 DTI를 현행보다 5∼10%포인트 높여주고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DTI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를 2년 연장하고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조치를 수도권(서울 제외)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최종 논의과정에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주택, 지방아파트, 주상복합 등에 한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물론 부동산업계는 정부의 이런 대책만으로 부족하다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시장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며 "이번 조치마저 소리만 요란하게 끝나면 시장은 장기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DTI 10% 이상 확대, 강남 3구 등 투기지역을 제외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완화, 미분양 주택 취·등록세 100% 감면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되레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대세 하락기에 접어든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하다가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미래 부동산 가격전망이 어두운 상태에서 DIT 규제완화 안을 내놓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이라며 "오히려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확실히 해 부실을 근본적으로 털고 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에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DIT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사와 가계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등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차라리 세금정책을 통해 주체들의 행동 변화를 유인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박현주 KAIST 건설환경공학과 초빙교수도 "지금의 시장 상황을 위기로 볼 수는 없다"며 "하향 안정세로 가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은 이 같은 관점에서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상 타개를 위해 실수요자 중심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도 "집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며 정부 대책이 집값 부추김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 심형석 교수는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는 낮추며 다주택자 중과는 폐지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선진국 형태로 변화하는 우리 부동산시장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관련 연구원 관계자도 "지금 상태에서 DTI를 건드려 기대심리를 높이다가는 추후 집값 폭락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김종훈·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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