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친서민이 보수의 시대정신인가
좌파 포퓰리즘 뒤쫓다 지지 잃어법치·시장경제로 신뢰 회복해야
최근 이명박 정부는 온통 친서민 대책,대기업의 사회적 책무에만 몰입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이것이 "과거 정권의 포퓰리즘과 다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이야 전임 좌파정권과 별다를 이유가 없다. 집권 후반기 보수정권 재창출의 책임을 져야 하는 현 정부에는 오히려 포퓰리즘이 보다 당당한 명분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유권자의 34%가 투표한 7 · 28 보선에서 승리했지만 이 정부 전반기에 보수정권의 지지기반이 급격히 침몰한 사실은 숨길 수 없다. 이 정권은 2007년 대선 때 국민이 인기영합주의 좌파정권을 거부해 탄생했고,바로 그 유권자들에 의해 지난 6 · 2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불과 2년 만의 이 보수정권 실패는 포퓰리즘 부족 때문인가,아니면 그간의 정권행태 때문인가. 이 사태를 초래한 현 정부가 당연히 그 이유를 찾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인터넷에 낭자한 보수 때리기 제1의 표적은 단연 군대 안 간 지도층이다. 국가 안보는 보수주의의 핵심적 가치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여당 대표,여당 사무총장이 모두 군대를 간 적이 없다. 한때는 국무위원의 태반이 '우연히' 군 미필자였다고 한다. 이런 기회주의 집단을 2년여를 '군대에서 썩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
'고소영' 인사,형님 연줄, MB 연대가 지방공기업 말단임원까지 다 쓸어간다는 소문이 날 때마다 보수 이미지는 더럽게 먹칠된다. 코드인사는 원래 좌파정권의 전유물이지만 그들에게는 오랫동안 같이 굶고 투쟁한 동지끼리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구실이라도 존재한다. 이 정권에서는 정체성도,신념도 없는 연고적 집단들이 그저 공직을 사물(私物)처럼 먹이다툼할 뿐이다.
지난 2년간 보수는 신념,의지와 용기가 전혀 없는 부류임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소수 좌파가 공격하면 거대 보수는 우수수 무너지고 야당이 포퓰리즘을 내걸면 같은 깃발을 들고 쫓아갔다. 세종시 수정은 저희끼리 분열해 포기했다. 보수의 자랑스러운 법과 원칙은 어디 있는가. 불법시위장에서 경찰총수가 잘리고 매년 수백만명의 범법자가 사면됐다. 법과 진실이 능멸당한 광우병 촛불집회 때 정권은 사과했다.
좌파건 우파건 이런 보수의 발가벗은 모습에 신뢰를 보낼 사람은 없다. 오늘날 20대의 47%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2012년 대선이 돌아오면 이들은 아마 지난 6 · 2 선거가 무색하게 '보수정권 사냥극'을 벌일 것이다. 청소년세대는 더욱 투표장에 몰리고,실망한 우파들은 투표를 포기할지 모른다. 그때 추한 행태는 옛 모습인 채 좌파정당의 정책만 베껴온 보수정권에 사람들이 얼마나 박수를 칠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말할 것도 없이 자유민주주의,법치,시장경제다. 보수의 시대정신은 폐쇄된 국내 자원을 나눠먹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글로벌 시대 강국을 만드는 것이다. 2007년 보수정권이 등장한 이래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과 국격 상승을 맛보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의 활약 때문이고 MB정부의 공적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 모든 보수의 진면목은 저질의 보수정치에 덮이고 10년 만에 되찾은 보수정권이 목적과 역할을 잃고 퇴장할 지경이 된 것이다.
이 정권 후반기 새 국무총리에 "공무원이 불법단체로 남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흔드는 모습을 좌시할 수 없다"는 소신을 행동으로 보인 인물이 내정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향후 이런 결연한 행동만이 보수정권의 신뢰 회복을 보장할 것이다. 필자는 "이 정부 끝날 때까지 군 미필자,고소영,MB연대 출신은 단 하나도 등용하지 않는다. 8 · 15 사면은 당장 금년부터 없앤다"는 대통령성명 하나가 오히려 서민정치 이상의 감동을 국민에게 선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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