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민정책> 하반기 주요정책 '친서민 드라이브'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류지복 박상돈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의 `친(親)서민 구상'에 따라 정부가 하반기에 줄줄이 모습을 드러낼 주요 정책에서 `친서민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작년부터 서민과 중산층을 겨냥한 각종 대책이 쏟아진 데 이어 다음 달 예고된 정기 세제개편은 물론 청년 고용 대책, 물가안정 방안 등에도 친서민 코드가 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저신용 서민을 겨냥한 `햇살론'이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서민금융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며 대-중소기업의 거래질서도 수술대 위에 올라 대-중소기업 간 상생문화 확립에 정책적 역점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친서민 금융정책 급물살
금융정책에는 이미 친서민 기조가 부쩍 강조되고 있다. 지표상 완연하게 나타나는 경제회복세와 달리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악화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쪽에 방점이 찍해있다.
특히 가계부채가 7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리 인상기조가 유지될 경우 서민들이 이자부담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는데 상당한 배려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종래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저신용자들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는 것. 지난 21일부터 최고이자율이 연 49%에서 44%로 낮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또 26일부터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에서 40%대 고금리를 물어온 서민층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해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햇살론'을 출시한 것도 서민금융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로 10%대 초반 금리를 받는 햇살론은 출시 사흘 만에 807명에게 63억3천만원의 대출이 이뤄지고, 금융기관의 일선 창구나 콜센터에 문의와 상담이 빗발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30%대 대출영업을 해온 캐피털 업계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뿐만 아니라 은행권이 서민을 위한 대출상품을 개발할 것도 독려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 문턱에서 쫓겨나다시피한 신용등급 4~6등급자에게 은행권의 10~20%대 신용대출 금리 상품이 필요하다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등 정책 수단만으로는 서민 금리 인하에 한계가 있다"며 "은행권이 적극 나서서 (저신용자들을 위한) 10~20%대 금리상품을 내놓아야만 파급력이 크고 제2금융권의 금리인하를 실질적으로 유도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거래처인 중소기업 등에 저신용자인 고객의 취업을 알선해주는 등 서민층의 취업난 해소에도 나서도록 독려한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위기 때 취해진 각종 보증비율 인상, 대출 만기연장 등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구속성 예금 등 부당한 영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적극적인 점검활동도 벌일 방침이다.
◇친서민 세제 내달 나온다
8월 하순 발표 예정인 정기 세제개편에도 친서민 색채가 강해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해 세원을 넓히고 비과세.감면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지만 서민이나 중소기업 관련 비과세.감면 조치는 살려두거나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서민과 중소기업과 관련된 비과세.감면은 작년 세제개편 때도 살아남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기업과 부유층 대상 조항은 없애겠지만, 서민.중소기업과 관련한 것은 연장 또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도입한 고용유지 중소기업에 대한 소득공제는 연말로 돼 있는 일몰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을 창업할 목적으로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을 때 증여세를 공제해주는 특례 등도 일몰 연장 대상으로 꼽힌다.
서민과 관련해서는 일용근로자 근로소득 원천징수 세율을 내년부터 2%포인트 내리고 자경농지에 대한 양도세 감면 조항 중에서 3년 이상 자경한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양도할 때 세액을 감면해주는 제도의 연장이 검토되고 있다.
저소득 무주택 근로자 월세 소득공제의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대학생 근로장학금을 비과세 소득으로 명문화해 근로장학금 탓에 기초생활수급권자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고 서민 대중교통비를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방안이나 다자녀 가구에 대한 소득공제를 늘려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대·중소기업 상생 유도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담합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위해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잡는 작업도 추진된다.
특히 최근 경제 현안으로 떠오른 대ㆍ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문제의 해법을 찾는 방안이 모색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위해 중기중앙회, 전경련, 중기청, 기업호민관실 등과 함께 민관합동 태스트포스를 구성해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에 9만5천개에 달하는 업체의 하도급 실태조사와 현장방문 등을 통해 남품단가 및 기술탈취 문제 등을 점검하고 건의사상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다음달 말까지 하도급과 관련된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도개선안 마련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특히 ▲납품단가 조정제도 실효성 보완 ▲기술탈취 및 유용 방지 ▲원가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정위는 또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서민 생활 밀접품목에 대한 담합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상조업, 다단계 등 서민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분야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제품, 유료방송, 전력, 철강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하고 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분야의 카르텔을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시장경제 작동을 근원적으로 해치는 담합은 행정적 제재와 함께 개인에 대한 형사적 제재도 병행할 방침이다.
우유, 생수, 아이스크림, 아이폰, 디지털카메라, 비타민제, 유류, 담배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30개 품목에 대해서는 주요국과 가격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일자리 창출 동반한 성장 강조
이와 함께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성장을 일자리 창출로 연결시키는 데 정책적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이 대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실업을 줄임으로써 경제성장의 열매를 기업과 서민들이 함께 누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정부 핵심인사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한 특강에서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최근 친서민 정책을 강화함과 동시에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온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 위원장이 "NHN은 6천명을 고용하고 있는 반면에 SK텔레콤은 12조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직원은 4천500명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뒤 "비율로 따지면 6만명은 돼야 한다"라고 특정기업을 꼭 집어 거론하면서까지 일자리를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친서민 대책 다음달 윤곽..물가대책은 9월초
정부는 친서민 대책의 종합판을 만드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이르면 8월 중순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기존 친서민 대책 가운데 잘되지 않고 있는 부분을 보완하는 동시에 대책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정책 수혜자인 서민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도 고민의 대상이다.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을 모토로 도입한 '희망키움통장'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친서민 대책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최근 정부는 가입 자격을 근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60% 이상인 가구로 낮춰 지원대상이 종전 1만8천가구에서 3만가구로 늘어나게 됐다.
가입자가 기초생활수급자 지위를 벗어난 뒤에도 일정기간 급여를 부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일용직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 지원 차원에서 골목슈퍼의 현대화를 도와 현대식 점포인 '나들가게'를 육성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정부는 올해 2천개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농어민 생활 안정을 위해선 내년을 목표로 농지연금제도 시행을 준비 중이다.
이런 흐름에 비춰 내년에도 복지 예산이 크게 늘어날 공산이 크다. 다른 부처의 경우 감액이 속출했지만 보건복지부의 예산안은 올해보다 10% 이상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대책은 추석을 앞둔 9월초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예년의 명절 물가대책과는 달리, 이번에는 '지속가능한 구조적 물가안정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서비스요금 가격정보 공개를 늘리고 공공요금의 경우 생산성 제고를 전제로 일정기간 적용될 가격상한을 미리 정하는 '중기(中期) 요금협의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다음달 전기와 가스요금이 인상될 예정이지만 취약층에게는 추가 부담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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