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성남 재개발' 중단..갈등 2라운드(?)

2010. 7. 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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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사업성 악화" VS 성남시 "중단 땐 법적대응"

주민들은 "우리만 피해" 반발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고은지 기자 =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판교신도시 특별회계에서 전용한 5천200억원을 LH 등에 제때 갚지 못하겠다며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을 하면서 촉발된 두 기관 간 갈등이 LH 측의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 중단 결정으로 심화하는 양상이다.

LH는 이번 결정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남시는 연관성을 지적하면서 법적대응 방침을 밝혀 법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LH 중단 결정 `성남 재개발'은 어떤 사업 = LH가 최근 성남시와 주민들에게 중단을 통보한 성남시 구시가지 2단계 주택 재개발 사업은 중원구 중동·금광동과 수정구 신흥·수진동 일대 4개 구역 66만8천314㎡를 개발해 분양주택 9천59가구와 임대주택 1천993가구 등 1만1천52가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2005년 12월 LH와 성남시가 공동시행 합의서를 체결하고 2008년 11월 정비구역과 사업시행자를 지정했으며 지난해 3월 주민대표회의가 구성되고 같은 해 12월 중동1, 금광1, 신흥2지구의 사업시행인가가 떨어졌다.

또 올해 5월부터 관리처분계획을 세우기 위한 준비가 진행됐다.

LH는 사업 중단 이유로 사업성 저하와 주민 반대 등을 들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분양가격의 기준이 되는 인근 거래 시세가 건설원가보다도 낮아 분양대금으로 사업비를 댈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또 사업을 강행할 경우 주민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금광1구역에선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 소송이 이어져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이 어려운 상태라고 LH는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LH는 수진2지구에선 민영 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고, 판교신도시에 확보한 순환주택으로의 이주도 건물소유자와 세입자 간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LH "모라토리엄 선언과 무관하다" = 이 시장은 지난 12일 "전임 집행부가 판교신도시 특별회계에서 전용한 공동공공시설비 2천300억원과 초과이익부담금 2천900억원 등 5천200억원을 단기간에 LH와 국토해양부에 정산할 수 없어 3년간 나눠 갚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성남시가 연말까지 LH에 정산해야 할 금액이 최소 35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갚거나 재투자하면 되는데도 사실을 왜곡했다"고 반박하는 등 국토부와 LH가 성남시와 각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LH의 감정적 결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우연의 일치이고 모든 게 전반적으로 연결돼 있기는 하지만 모라토리엄 선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시장이 후보 때 선거공약으로 구도심 재개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점과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점점 악화하는 LH의 재무 상황, 주민 반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재설계 비용 전가 및 부적격 세입자 전세자금 지원 요구, 상가 영업 세입자의 이주 상가 수의 계약 요구 등 받아들일 수 없는 무리한 요구도 쏟아졌다고 LH는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몇 년간 추진해온 사업을 단 며칠 만에 중단하겠다고 결정할 수는 없다"며 "2년 전 도시개발사업지구로 지정된 속초노학지구도 주민 반발과 해당 지역의 주택 공급 과잉 등을 이유로 지난 4월 사업을 중단하고 지구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 "법적 대응" 경고..주민들은 반발 = 성남시 관계자는 "LH 직원이 23일 실무팀인 성남도시개발사업단을 방문해 사업중단을 구두 통보하고 갔다"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식 공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LH가 사업 중단을 강행하면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LH는 이번 결정을 수개월간 논의한 끝에 내린 것이라고 했지만, 성남시는 모라토리엄 선언에 대한 반격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우리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하자 LH가 반격에 나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당 구역 주민들은 LH와 성남시의 다툼에 자신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LH가 성남시 재개발 사업을 중단한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성남 재개발 카페'에는 두 기관을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주민은 "LH가 당사자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깨버렸다. 시와 LH, 조합원이 법적으로 다투면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이 시장이 섣불리 모라토리엄을 선언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주민은 "이 시장이 큰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다른 주민은 "시장 선거를 다시 하고 싶다"며 원망의 목소리를 냈다.

key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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