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무수(無手)..부동산대책 '표류'

2010. 7. 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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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간 DTI 이견에 실수요자 구체책도 못 내놔"개학.이사철 앞둔 8월 중하순께 나올 것" 전망(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김준억 기자 = 21일 오후 열린 주택가격 활성화 방안 관계 장관 회의는 전날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나서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개최된 것이다.

그럼에도 DTI 비율 조정 등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한 채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나서 대책을 내놓겠다는 `결론 없는 결론'만 내림으로써 부처 간 이견을 또 한번 드러낸 것은 물론 `가뭄에 단비'를 기다리던 업계와 시장은 당분간 더욱 냉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책 발표를 늦춘 데는 휴가철이 겹친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전통적인 비수기여서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기대도 작용한 만큼 개학을 앞두고 이사철이 시작되는 8월 중하순께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1시간30분 격론 뒤 "나중에" = 이날 회의 개최 및 브리핑 계획이 언론에 알려진 상태인데도 정작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국토부 관계자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정도로 갑작스레 열렸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11시30분께 기획재정부가 오후 2시 회의 개최사실과 정 장관의 언론 브리핑 계획까지 밝혔으나 국토부는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해 허둥대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DTI 비율의 상향조정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해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등이 전날 회의 이후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낸 뒤 국토부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마련된 게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배석자 없이 오후 2시에 시작돼 애초 30분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실무진의 예측과 달리 회의는 3시30분까지 이어져 난상토론이 이뤄졌음을 뒷받침했다.

회의에서도 DTI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놓고 설왕설래한 것으로 전해졌다."완전히 얼어붙은 주택·토지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DTI 규제 비율을 5~10%포인트 올림으로써 시장에 심리적인 안정과 급격한 하락세는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줘야 한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고 정 장관은 이런 취지에서 DTI 비율의 일부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각료들은 "대출을 받지 못해 집을 사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집값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집을 사지 않는 상황에서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20일 청와대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이들 4명의 각료와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DTI를 조정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격론 끝에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보는 눈이 다르다(?) =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토지 시장이 얼어붙어 있고 거래가 거의 끊겨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국토부와 업계는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으나 기재부 등은 현재의 시장 상황은 하향안정화 국면으로, DTI 비율을 상향조정하면 가계부채만 늘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를 강조해와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각이 다름을 뒷받침했다.

기재부 등의 입장은 현 정부가 '친서민'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데 DTI 완화는 집 없는 서민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오히려 '부자 정권'의 낙인이 찍히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당이 6.2 지방선거 이후 중산층의 지지를 회복하고자 대출규제 완화를 집요하게 요청했으나 정부가 사실상 외면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현재로서는 서민층 실수요자 주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가 있다.

국토부는 원칙론에 동의하면서도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훈기'를 넣어줄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도 이날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정부의 대책은 서민ㆍ중산층의 실수요 위주 거래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여당이 DTI 완화를 강하게 촉구했지만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실수요자로 주택거래 위축에 따른 주택매매 수요자 외에도 "전셋값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 선의의 실수요자"를 강조했었다.

최근 여당은 재보선을 앞두고 다시 DTI 문제를 제기했고 국토부도 정부 내에서 홀로 규제 완화를 주장하면서 DTI 완화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지만 결국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DTI 완화 반대의 선봉에 선 기재부 논리에 밀린 양상이다.

윤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도 "수도권 중심의 주택가격 하향 안정화는 수요·공급 측면에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른 이후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 국토부나 부동산 업계와 각을 세웠다.

◇ 향후 전망은 = 관련 부처는 일단 부동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공통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DTI 완화 여부가 합의되지 않음에 따라 국토부가 실수요자 거래 활성화를 위해 별도로 마련했던 대책의 발표도 늦춰지게 됐다.

업계와 시장이 요구하는 DTI 규제완화 등과 패키지로 내놓지 않고는 국토부 대책만으로는 `약발이 없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국토부는 '4.23 거래 활성화 대책'을 약간 손질하는 정도로 준비를 해왔다.4.23 대책은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에게 DTI를 초과해 대출을 지원해주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 주택의 범위를 강남 3개구를 제외한 6억원 이하 및 전용 85㎡ 이하로 제한하고 있고, 입주 예정자의 자격도 입주 기간이 지나 분양대금을 연체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매수-매도자가 딱 맞아떨어지기 어려워 대책시행 후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아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얻는 상황이다.

따라서 입주 예정자의 기존 주택 구입을 활성화하는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기존 주택의 가격과 면적 제한을 완화하고 분양대금을 연체하지 않는 경우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분양가 상한제의 일부 또는 전면 개정 또는 폐지를 국회에 촉구하고 미분양 주택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대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 4월 말까지 지방에만 적용되는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 혜택을 수도권으로 확대하거나 `일몰제'로 연말까지 적용되는 취득·등록세 감면을 연장하는 방안도 관련 부처와 논의해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휴가철에 무더위가 겹치는 7~8월은 전통적인 부동산시장 비수기로 어차피 대책을 내놔도 큰 효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방학이 끝나고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는 8월 말에는 나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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