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중국 LCD투자 전략수정?

2010. 7. 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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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생산라인 허가 4개월째 미뤄져

현지업체 지분투자설 흘러나와

'직접투자에서 지분투자로 궤도 수정?'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엘시디(LCD) 수요처로 떠오른 중국 시장에 현지 생산라인을 두는 것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애초 지난 3월로 예정됐던 중국 정부의 외자기업 투자 승인 일정이 4개월째 보류돼, 7.5세대 생산라인을 건설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에 엘지디스플레이(LGD)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줄 상황이어서, 삼성전자는 지분투자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특구보>와 <제일경제일보> 등 중국 현지언론들은 지난 10일 박근희 삼성 중국 본사 사장이 선전시의 당서기 등 고위층과 만나 엘시디 생산라인 투자와 관련해 논의했다고 15일 보도했다. 현재 선전시는 중국 전자업체인 티시엘(TCL)과 50%씩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법인 '화싱광뎬'을 통해 52~55인치급 8.5세대 엘시디 생산라인을 건설중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만남에서 선전시가 삼성전자 쪽에 최대 30억위안(5300억원)에 이르는 지분투자(10%)와 기술협력 등을 제안했고, 삼성전자도 "참여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쪽은 "박 사장이 선전시 관계자들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분투자설을 일단 부인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쑤저우에 세우려던 7.5세대 엘시디 생산라인 설립 허가가 미뤄지면서, 투자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현지에 엘시디 모듈(패널과 다른 부품을 조립한 것) 공장만 두었을 뿐, 패널 생산 시설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의 엘시디 티브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선두업체의 입지를 굳히려면 삼성전자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엘시디 티브이 시장 규모는 2009년 2500만대에서 2011년 4420만대로 늘어나 북미(4300만대) 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로서는 경쟁업체인 엘지디스플레이를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회사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4분기에 엘지디스플레이가 시장 점유율 26%로, 삼성전자(25%)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그간 중국 기업과의 합작에 소극적 자세를 보여왔던 삼성전자이지만, 엘지디스플레이가 현지 기업과의 협력으로 추격을 해온 것을 보고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라며 "지분투자도 유력한 검토안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의 다른 신성장 동력 관련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우선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바이오시밀러와 태양전지 부문의 투자 대상 지역을 바꿔야 한다. 삼성은 현재 세종시 대신 경상북도와 대구시 등 대체 투자처를 물색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 등이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과 오는 21일 만날 예정이라고 삼성 쪽은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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