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한전-한수원 재통합 진통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통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전력산업개편 용역 보고서' 때문이다. KDI는 지난 9일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함께 현행 자회사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 등 '애매한' 복수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경주시 의회 의원들을 비롯한 20여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발끈했다. 5년 전 경주에 원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설치를 확정할 때 정부가 약속한 한수원 본사 이전을 뒤집는 결과라는 것.
업계 일각에서는 "해외 원전수출 강화 등 업무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이 맞지만 KDI가 경주시의 입장을 고려해 정치적 판단을 내린 것 같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KDI의 관련 보고서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바 '원안'은 두 기관을 통합하는 안이었는데 발표를 앞둔 시점에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현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수정안'으로 바뀌었다는 것.
이와 관련, KDI 관계자는 12일 "용역 연구가 거의 끝난 시점인 지난 5월 말 용역을 맡긴 지식경제부로부터 '대안 마련이 가능한 보고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지경부가 원안 추진시 예상되는 경주 지역주민들의 반발 여론을 감안한 보고서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낳는 부분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구 결과에 대해 의견을 제안한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제 '공'은 지경부로 넘어가 다음달 말까지 최종안을 내야 하는 상황. '제2세종시 논란'을 우려하는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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