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鄭총리, 세종시 법안 처리 관련 기자회견문

변휘 기자 2010. 6. 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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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변휘기자]국회의 세종시 법안 처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작년 9월 총리직을 수락하며, 저는 많은 일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미래세대에게는 창의적이며 신명나는 사회를 물려주고 싶었습니다.

소외된 분들에게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우리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품격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보수 정권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취임하자마자, 다른 무엇보다도 세종시 문제에 먼저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부청사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 단계에서 이 문제를 바로잡지 못하고 방치하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종시 원안대로라면, 대통령은 서울에, 총리와 장관들은 충청권으로 나뉘게 되고, 급박한 국가적 현안이 발생했을 때 의사 결정이 늦어져 위기 수습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안대로라면 세종시는 도시로서의 자족능력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분명한 잘못을 알고서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세종시 수정안은 제가 짊어져야 할 이 시대의 십자가였습니다. 작년 9월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저의 선택은 똑같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의 정의와 이성에 호소하면, 결국은 문제가 풀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순수한 생각은 현실정치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국가의 미래와 충청지역 발전을 위해 무엇이 진정 옳은 것인지 헤아려 달라는 저의 목소리는, 충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가려 크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번 국회는 세종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수정안을 버리고 원안을 선택하였습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도,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했습니다.

과연 우리 역사와 미래의 후손들은 어제의 국회 결정을 어떻게 평가할 지 걱정됩니다.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했던 대표적인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평생을 대학 강단을 지켜온 저는 정치적으로 많이 미숙합니다. 그러다 보니 본의와 다르게 공격을 받기도 했고, 이런 저런 실수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충청지역 주민들이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저의 참 마음을 외면할 때였습니다.

저는 지난 수년간 정치권의 정략적 결정에 희생된 충청인 여러분께 명품 도시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제 진심이 전달되어, 충청지역 주민들과 흉금을 터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것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반대하는 분들을 끝까지 설득해 내지 못한 것은 저의 능력과 정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며 국회의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의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책임을 집니다.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대해서도 이번 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

이제 결론이 내려진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되며 모든 논란과 갈등도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을 충청인 여러분, 그리고 경향 각지를 두루 찾아뵙고 설명드리지 못했음에도 수정안을 적극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 위로와 감사를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6월 30일

국무총리 정 운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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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휘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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