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시 '물거품'.. 투자 기업들 발빼나
원형지 개발·세제 인센티브 '없던 일로'개발속도 10년 지연·자족기능도 떨어져삼성·한화·웅진 "이전 계획 철회 검토"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세종시 수정안 관련 법안들이 부결됨에 따라 충남 연기군 일대를 행정도시에서 경제도시로 바꾸려던 정부 구상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수정 법안 폐지가 확정되려면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부결 가능성이 커 세종시의 원점 회귀는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해 9월 정운찬 국무총리 취임 이후 시작된 세종시 논란은 9개월을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오게 됐지만 '마침표'를 찍기보다는 기업투자 철회 등 새로운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세종시 수정 법안 폐기가 국회에서 확정될 경우 정부는 '순수' 원안대로 9부2처2청의 이전을 골자로 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짓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에서 제시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는 없던 일이 되고, 세종시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은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또 세종시로의 기업 유치를 위해 내걸었던 원형지 개발이나 세제혜택 같은 인센티브는 몽땅 사라지게 된다. 개발속도도 '2020년 목표 집중개발'에서 '2030년 목표 단계개발'로 10년이 늦춰진다.
도시의 자족기능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세종시 수정안은 산업·대학·연구 기능을 크게 강화하기 위해 자족용지를 1508만㎡로 잡아 원안(486만㎡)보다 3배가량 늘렸지만 이 역시 물거품이 된다.
원안대로 추진되더라도 일정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한다지만 행정도시의 핵심인 정부청사 건설사업은 이미 1년가량 중단된 상태라 2012년으로 예정된 부처이전 작업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기업들 "입주 곤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된다면 지난 1월 정부의 수정안이 나오자 세종시 입주를 발표했던 삼성, 한화, 웅진, 롯데 등은 투자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수정안에선 165만㎡(50만평)의 부지를 마련했지만 원안대로 진행하면 이런 용지를 확보할 수 없고 가격도 너무 비싸 기업들이 갈 수 있는 조건이 못 된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토지 저가 공급,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세종시 계획 수정안이 가진 장점들 때문에 참여를 결정한 사안인데 이게 백지화되면 투자 결정 역시 무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웅진그룹 관계자는 "세종시가 원안대로 갈 경우 공장부지가 계획보다 크게 작아지고 세금 혜택도 없는데 굳이 세종시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던 롯데그룹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물론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에 담긴 인센티브에 버금가는 새로운 유인책을 내놓게 된다면 대기업들이 잔류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 관계자들의 최근 발언으로 봐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다면 원안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플러스 알파(+α)'가 없음을 못박았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최근 "결정은 해당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향후 정부가 세종시 기업유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투자기업에 대한 혜택 등 세종시 추가 대책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기업의 관계자는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면 기업과 대학 등의 유치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도시의 자족기능도 현저히 떨어지게 돼 정치권이 적잖은 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해법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산업팀 jmkim@segye.com
■세종시 원안·수정안 비교 |
||
구 분 |
원 안 |
수 정 안 |
도시성격 |
행정중심복합도시 |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 |
자족용지 |
6.7%(486만㎡) |
20.7%(1058만㎡) |
주요기능 |
행정기능(+복합기능) |
산업·대학·연구기능 |
투자유치 |
9부2처2청 |
과학벨트, 삼성, 한화, 웅진, 롯데, SSF사 등 |
투자규모 |
8조5000억원(재정) |
16조5000억원(재정 8조원+과학벨트 3조5000억원+민간기업 4조5000억원) |
고용인구 |
8만4000명 |
24만6000명(원안의 약 3배) |
총인구 |
17만명 |
50만명 |
인센티브 |
없음 |
맞춤형 부지공급, 세제지원, 규제완화 등 |
도시인프라 |
2030년까지 단계적 개발 |
2020년까지 집중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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