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규제 풀수록 손벌리는 건설업체

2010. 4. 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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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금자리 민간참여 확대설

정부 "추가완화 없다" 주장

업계 "규제 더 풀어라" 요구

또 뭘 들어줄까?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건설업계 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방안을 지난 23일 발표한 뒤에도 추가 대책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시장의 냉기류가 이어지면 정부에서 요구를 더 들어줄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미 수차례에 걸친 '학습효과' 탓이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 탓에 건설업계가 자구노력을 회피한 채 정부 의존성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을 낳는 배경이다.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3개 단체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안의 민간 택지 몫을 25%에서 40%로 확대해줄 것을 요구해놓고 있다. 또 보금자리주택 지구 전용 60~85㎡ 중소형 분양을 민간에게 허용하고, 2012년까지로 예정돼 있는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60만가구의 공급계획 시기를 조절해줄 것도 아울러 요청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부문에 대한 민간의 참여 확대는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한테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허문 곳에 지어져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이다. 당연히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것은, 공공재 성격을 띤 그린벨트를 민간 건설사의 이익 창출에 동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설업계에선 대출 규제를 추가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 중견건설업체 임원은 "이번 정부 대책에서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했는데도 거래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수도권 대출 규제 완화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기존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을 때 디티아이 규제를 풀어주는 23일의 조처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원재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해 더 이상 대출 규제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예상밖에 디티아이 규제 완화 방안을 4.23대책에 포함시킴에 따라 터진 물꼬는 쉽게 막히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20여차례에 걸쳐 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책을 쏟아냈다. 건설업체들이 정부 지원을 믿고 자구노력이나 구조조정은 제대로 하지 않아 부실을 연장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4.23대책에 동원된 토지주택(LH)공사,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부실화 등으로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건설업체들의 리스크 관리 실패를 정부가 나서 지원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이라며 "다소 아픔이 있더라도 업체들은 자구노력을 하고 정부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이상의 디티아이 완화 등은 가계나 금융기관 부실에 이어 국가경제 전체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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