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잇단 버블붕괴 경고음 속 "폭락은 없다" 분석도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최근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올해 경기회복에 따라 부동산시장도 회복되고 집값도 소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연초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강남 재건축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주택 매매가격은 장기간 약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경제연구소들이 잇달아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버블 붕괴 수준의 폭락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집값의 대세 상승은 끝났으며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금융규제 강화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국내 주택가격은 지난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한차례 주저앉은 적이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 비견되는 불황의 여파로 매수세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당시 서울의 집값은 6월 넷째 주 -0.02%로 하락세에 접어들어 이듬해인 2009년 1월 둘째 주까지 29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집값은 상승하락을 반복하다가 2009년 2분기 들어서야 본격적인 반등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수도권 아파트 일부가 3년 전인 2005년 8·31대책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아파트 10채 중 1채가 3년 전 가격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집값이 다시 약세에 접어든 것은 정부 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카드를 꺼내면서부터다.
2009년 7월 정부는 수도권 전 지역의 LTV를 60% 이내에서 50% 이내로 강화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자 9월 DTI규제를 수도권 전 지역의 은행권 아파트 담보대출로 강화한데 이어 10월에는 강화된 DTI규제를 다시 제2금융권까지 확대시켰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주택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값도 10~12월 초까지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후 재건축 호재로 작년 연말과 올 초 반짝 상승세를 보인 집값은 2월초 보합세를 보이다가 2월말부터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은 2월 넷째 주 -0.01%를 기록한 이래 ▲3월 첫째 주 -0.02% ▲3월 둘째 주 -0.01% ▲3월 셋째 주 -0.03% ▲3월 넷째 주 -0.03% ▲4월 첫째 주 -0.05%를 기록하며 6주 연속 하락한 상태다.
◇잇단 버블경고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경제연구소의 잇단 집값 붕괴 경고음은 시장의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도시화 및 핵가족화로 인한 수요 증가 ▲실수요 계층인 30~40대 인구 증가 ▲실질 소득 증가 ▲투자 수요 증가 ▲수도권 시장에서의 초과 수요 등으로 그동안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이어 "도시화 정체와 저출산으로 인한 실수요 인구 감소, 수요자의 구매력 저하 등 최근 상승 요인들의 반대 현상들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지방 아파트 가격 역시 동반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은행경제연구소도 서울의 주택구입능력지수(HAI)가 2004년 1분기에 비해 2009년 3분기 20% 하락해 주택 구입으로 인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물가대비 아파트가격 상승 정도가 이미 미국과 일본의 과거 부동산 거품기의 정점수준을 넘어섰다"며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도 미국, 일본에 비해 높다"고 경고했다.
이를 종합하자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2002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선진국 주요 도시보다 높아 거품이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이다. 반면 실수요 연령층의 인구 감소 및 노년층 증가로 주택 구매력이 줄어들고 경기불황과 내 집 소유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주택 수요는 감소해 버블 붕괴가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집값 하락세 당분간 이어질 듯부동산 시장의 버블 붕괴 가능성에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고 시중의 유동자금도 풍부해 당장 집값이 꺼지는 현상까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올해 30조 원이나 되는 토지보상금, 재개발 및 뉴타운 철거이주수요, 풍부한 유동성과 여전히 낮은 저금리 등을 감안할 때 집값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세상승기의 마무리를 곧 대세하락이나 폭락으로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물경기 회복속도보다 빠르게 상승한 강남 아파트 등은 당분간 기간 및 가격조정을 통한 '평균회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부동산 투자심리는 얼어붙은 반면 지금 상황을 뒤집을 만한 마땅한 호재는 없는 상황"이라며 "아파트 값의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구매 심리가 위축돼 당분간 보합세가 계속되겠지만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이 탄탄해 아파트 값 폭락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매 선거철마다 개발호재로 집값이 들썩였듯이 6월 지방선거가 집값 상승 기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지역별로 어떤 공약이 제시되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phites@newsis.com※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71호(4월12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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