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감면혜택 끝 '째깍째깍'..업계 전전긍긍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주택업체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오는 11일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가 종료된다. 이 때문에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팔리지 않을 가능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난다면 이는 곧바로 건설사들의 자금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시공능력 순위 20위 이하의 중견 건설업체 경우 유동성 위기로 전이돼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등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일부 건설사와 분양대행사들엔 최근 미분양 아파트를 떨어내기 위해 편법으로 벌였던 일명 '벌떼 마케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큰 걱정거리다.
◆미분양 공포 절정…분양 일정 연기도
양도세 감면 혜택은 정부가 지난해 2월 미분양주택 해소 등 경제활성화를 위해 올해 2월11일까지 취득하는 신축ㆍ미분양주택에 대해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 주기로 한 조치다. 오는 11일까지 계약분에 한해 적용되며 서울을 제외한 과밀억제권역의 경우 5년간 60%, 비과밀억제권역은 100% 양도세를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양도세 감면 조치 종료에 맞춰 미분양 물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데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2만3297가구로 전월(12만2542가구) 대비 755가구 증가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3월 최고치를 기록한 후 4월 이후 꾸준히 감소했으나 지난 11월 이후 두달 연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경기지역 분양물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미분양가구가 전월(2만 2865가구) 대비 2802가구(17.3%) 증가한 2만 5667가구를 기록했다.
조주형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월부터 감소하던 미분양이 11월부터 추세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오는 11일 만료되는 양도세 감면혜택을 겨냥한 지난해 연말 수도권 분양 물량 증가로 인한 휴유증도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시장 상황도 나빠졌다. 지난달 주요 분양 현장의 청약 결과를 보면 용인 신동백 롯데캐슬이 평균 39%의 미분양률(공급 규모별 청약 기준)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의 수원 장안 힐스테이트와 인천 검단 힐스테이트는 각각 청약률 50%, 30%대를 기록하며 초기 흥행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4분기 반짝 뜨거웠던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분양열기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
미분양 공포가 높아지면서 주택 공급 계획 자체를 연기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다.
롯데건설이 올 초 분양하려던 '천안 당정 롯데캐슬'의 분양시기를 5월 이후로 재조정한 것을 비롯해 KCC건설, 대우건설 등도 일부 지역의 분양 일정을 재조정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에 성공한 한강신도시도 정작 계약이 시원찮은 곳이 많을 정도로 분양시장이 침체됐다"며 "그동안 미분양 물량 소진을 위해 '양도세 감면' 카드라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 이마저도 못하게 돼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지난해말 부터 미분양 소진을 위해 성행했던 벌떼마케팅이 입주시기인 2~3년 뒤 건설사와 입주예정자간의 분쟁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주택업계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입주예정자들이 당초 텔레마케터나 일반 중개인들로부터 소개받은 분양정보와 실제 입주 조건간 차이가 발생할 경우 문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부동산 규제 풀어라"
시장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자 주택업계 내부에서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기존 주택과 분양 주택 등에 대한 취득ㆍ등록세 감면혜택이 올해 말까지로 남아 있지만 투자자들을 유혹 할 수단으론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주택건설협회는 이에 따라 미분양주택(신축주택 포함)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적용 받을 수 있는 특례기한을 1년 더 연장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DTI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금리인하 정책으로 부동자금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DTI 규제를 확대했지만 되레 시장을 위축시킨 결과를 불러왔기 때문.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은 경기에 선행하면서 후행하기도 하다"며 "시장의 자금흐름은 선행이지만 생산해 내는 주체는 후행이기 때문으로, 정책 입안시 후행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시중에 돈이 많이 돌고 있다고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최악이다"며 "시장상황이 더 나빠진 상황에서 규제를 필요 이상 완화한다면 시장이 다시 과열되는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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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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