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집값 3~5% 상승..양극화 심화 전망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내년 주택 매매 가격이 3~5%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내년에 경제가 연간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8%로 예측한 바 있다. 본격적인 상승세가 아니라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 강화 이후 급속도로 위축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0% 이상 선에서 회복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됐다.
전세가는 대체적으로 매매가보다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체로 4~7%대 상승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현재는 비수기로 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세난 양상은 아니지만 내년에 본격적인 봄철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세난이 또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 지역은 전세난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권은 입주물량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신년을 앞두고 부동산 전문가 6명에게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 팀장, 이언기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이번 조사에 응했다.
◆ 매매시장, 제한적인 상승세
=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내년 주택 매매시장이 3%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서울 3%대, 경기도 2%대, 인천 2%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박 대표는 예상했다. 지방의 경우 2%대 상승률을 전망했다.
그는 "내년 부동산 경기는 대세 상승이라기보다는 소사이클상 회복장이 될 것"이라며 "실물경기 회복, 주택 공급 부족, 재개발, 뉴타운 철거 이주, 지방선거 등 각종 호재가 집값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의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인상, 단기간 가격 급상승에 대한 부담 등으로 상승률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1년 이후 저금리 영향으로 가파른 상승이 나타난 데 따른 피로감으로 상승 에너지가 강하지 않은 데다 선도 지역인 강남 등은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비싸 장기적 랠리가 어렵다"며 "회복세라는 시각은 유지하지만 가격 부풀림 현상으로 인해 작은 충격에도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내년 주택 매매시장이 4%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은 5%대, 경기도와 인천은 3~4%대, 지방은 2%대로 예상됐다. 김 대표는 "서울 특히 강남권의 경우 공급물량이 거의 없는 상태고 재건축 개발 기대치가 여전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 역시 4%대 상승을 예측했다. 서울은 5%대, 지방은 1%대로 내년도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올해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내년 주택 매매시장이 5%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강남권의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데다 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인해 서울 주택 매매가격이 5%가량 상승하고 경기도와 인천은 4%가량, 지방은 2%가량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집값 뇌관은 강남 재건축
= 전문가들은 DTI 규제의 수도권 확대 등 규제 강화 이후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은 내년 초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격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명숙 팀장은 "강남 재건축은 사업이 가능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차별화가 본격화되며 사업이 빨라지는 저층 소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10% 수준에서 상승세가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언기 삼성물산 주택사업본부장 역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회복을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장기 미시행 재건축 사업의 재추진이 강남 지역 입주물량 부족 현상과 겹쳐 전반적인 상승 시장을 나타낼 것"이라며 "최소 10% 수준 이상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랜 금리 동결과 증권시장 위축에 따른 과잉 유동성에 의해 재건축 상승폭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큰손을 중심으로 하는 현금 유동성이 투자처를 못 찾고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해 들어 다시 이들이 사업 속도가 빨라지는 강남 재건축으로 눈 돌리며 전반적인 재건축 시장의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중에서 내년 상승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의 수혜 지역인 한강변 주변 재건축 아파트를 지목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선호도가 높은 우수 입지인 데다 서울에서 대단위 규모 개발이 가능한 마지막 랜드마크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집 마련 적기는
= 주택 마련 시기와 관련해서는 상반기가 적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박원갑 대표는 1분기가 주택 마련 적기라고 전망했다. 1분기에 상대적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예상이다. 다만 고점 대비 10~20% 정도 떨어진 매물 등 가격 메리트가 있는 것을 선별해 매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내년 부동산 시장이 1분기에는 약세, 2분기에는 보합세, 3분기에는 강세, 4분기에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신조 대표도 1분기가 적기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신규 분양주택의 경우 양도세 감면 시한인 2월 11일 이전에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아울러 금융위기 이후 가격이 회복되고 있어 1분기 매입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부동산 시장이 1ㆍ2분기에 보합세를 보이다가 3분기부터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권 대표는 상반기 경제성장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강세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2분기가 주택 마련 적기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박덕배 연구위원은 내년 집값 하락이 5~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며 가격 상승세 반전 이전인 7~9월을 내집 마련 적기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택시장의 심리는 내년도 실물경제의 회복 여부와 대출 규제 완화 여부에 따라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언기 본부장은 "주택시장 회복에는 지방선거, 보금자리주택, 금리 인상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결국 구매 결정 단계에서 가장 큰 심리적 영향은 실물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또 실질적인 구매력을 결정하는 기존 주택에 대한 대출 가능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 판교ㆍ동탄 강보합세…송도ㆍ청라 보합ㆍ하락
판교, 동탄을 비롯한 2기 신도시 집값에 대해선 보합세 내지는 강세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팀장도 "인근 대체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전반적인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와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상승세를 점쳤다. 김신조 대표는 "판교와 동탄은 개발이 마무리돼 도시 인프라스트럭처가 완료되고 특히 서울~용인 고속도로, 과천~봉담 고속화도로의 연장선 개통 등으로 서울 접근성이 개선돼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계획된 업무, 상업, 연구시설이 입주하면서 유입인구가 증가하고 도시 인프라가 완비되면서 주거 여건이 개선돼 거주 만족 향상에 따라 판교, 동탄으로 이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입주가 이뤄지는 청라, 송도 지역 집값 전망에 대해 보합세 내지는 하락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방 미분양 문제는 내년에 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방도시 중 신규 분양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대해선 김학권 대표는 부산 등 경남 지역을 꼽았다.
김신조 대표는 부산 등 경남 지역과 대구 등 경북 지역을 동시에 꼽았다. 박원갑 대표는 대전 등 충청권을 꼽았다.
■ 전세금 4~7%↑…서울 전세난 우려
뉴타운 이주 수요…소형주택이 더 불안
= 매매시장에 비해 전세시장은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대기수요 증대, 재개발ㆍ뉴타운 이주에 따른 전세수요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내년 전세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박원갑 대표는 내년 부동산 전세시장이 4%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서울 4%대, 경기도 2%대, 인천 2%대, 지방 1%대였다.
박 대표는 "내년 전세시장은 구조적 불안을 안고 있다"며 "아파트 입주물량은 다소 늘어나지만 대체재인 다세대,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등 신축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데다 뉴타운, 재개발 철거 이주 수요도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뉴타운, 재개발 철거 이주 수요가 본격화할 경우 전세난이 이사철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로 뉴타운, 재개발 철거 이주 수요가 대체로 소형이라는 점, 소형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덜한 점을 감안하면 전세시장은 대형보다는 소형 쪽에서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덕배 연구위원 역시 전세시장의 4%대 상승세를 예측했다. 다만 지방의 전세시장은 과잉공급과 미분양 누적 등의 부담으로 역으로 2%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김신조 대표는 전세시장이 7%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은 10% 내외, 경기도와 인천은 6~7%, 지방은 4%대 내외로 예상했다. 한마디로 서울지역 '전세난'이 염려된다는 전망이다.
이에 비해 김학권 대표는 전세시장이 4%대 상승에 그쳐 매매시장 상승률이 5%대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그렇다 하더라도 서울 전세시장은 5%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도와 인천은 3%대, 지방은 2%대로 예상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강남지역과 서울 목동 등 전통 명문 학군 지역의 전반적 입주물량 감소에 따라 수급불균형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5~10% 사이에서 전세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명숙 팀장은 "최근 전세가 상승이 두드러졌기 때문에 1ㆍ4분기와 2ㆍ4분기에는 약세 내지는 보합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언기 본부장은 "내년 초 입주물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6~7월까지는 큰 전세가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내년 가을 이사철을 전후해 서울의 경우 최고 6% 이상 전세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용승 기자 /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바일로 읽는 매일경제 '65+NATE/MagicN/Ez-I 버튼'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