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법정서 보는 최근 부동산 경매 동향,응찰자 수·낙찰률 바닥 찍고 기지개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 쌀쌀한 바깥 날씨와 달리 법정 안은 200여석의 좌석도 모자라 복도까지 이어진 400여명의 사람들로 뜨거웠다.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경매는 11시30분부터 물건 별로 입찰 봉투가 개봉되면서 최고가 매수인이 호명됐다. 집행관의 호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연말 경매시장 꿈틀=연말을 맞은 아파트 경매 시장이 몇 달 간의 하락세를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까지 응찰자 수 및 낙찰가율에서 좋은 흐름을 보여 왔던 경매시장이 10월, 11월 들어 바닥을 친 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하기는 이르다.
1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11월 서울 지역 아파트의 법원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6.1명으로 전월의 4.9명에 비해 1.2명 늘었다. 7월 8.6명을 기록한 후 8월 8명, 9월 6.7명을 기록하던 응찰자 수는 10월에 이르러 4.9명으로 바닥을 찍었다.
최근 들어 경매 아파트 시장에 변화가 보인다. 감정가 5억원에서 2회 유찰돼 지난달 23일 입찰에 부쳐진 서울 신정동 목동삼성아파트 104동 2층(전용 85㎡)은 응찰자가 21명이나 몰려 감정가의 87.8%인 4억3890만원에 최고가 매수인을 찾았다. 감정가 13억원에 역시 2회 유찰됐던 서울 문정동 문정래미안 120동 19층(전용 151㎡)은 14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74.9%인 9억732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여전히 바닥세다.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률은 35.7%로 전월의 42.7%보다 7% 포인트 낮아졌다. 매각가율도 9월 90.7%, 10월 87%에 이어 11월에는 86.2%로 떨어졌다.
이날만 해도 서울중앙지법에서 낙찰된 서울 개포동 개포시영 2동 4층(전용 56㎡)은 8억4771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9월30일 한차례 낙찰됐다가 낙찰자의 잔금 미납으로 재매각된 아파트로 9월 매각 당시 낙찰가(9억5888만원)에 비해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서울 개포동 현대아파트 212동 2층(전용 131.8㎡)도 이날 13억3030만원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지난 8월 같은 아파트의 다른 층 물건이 감정가(14억원)보다 높은 14억4800만원에 낙찰된 것에 비하면 1억원 이상 낮아진 것으로 최근 경매 시장 분위기를 반영했다.
◇소액 경매투자로 눈 돌릴 때=전세금 상승으로 세입자들의 내집 마련 욕구가 커지면서 경매를 통한 내집 마련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억∼3억원 정도로 낙찰이 가능한 주택은 보통 경매 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편에 속한다. 따라서 경매 법정 안의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 낙찰을 받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므로 낙찰 가격을 법정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응찰하기 전 미리 수익률을 따져 입찰가를 산출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소형아파트는 낙찰 시 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향후 가격 상승이 가능한 곳을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낮은 감정가나 유찰이 반복된 물건 중에는 일부 지분만 경매에 나온 것도 있으므로 아파트 면적과 경매 대상이 되는 면적을 잘 비교해봐야 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DTI 규제 확대 등의 이유로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이 많고, 가계 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내년에도 경매 물건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형 아파트 중 감정평가액이 저평가됐다면 신건의 경우도 낙찰 가능성이 큰 만큼 입찰 타이밍을 정하는 데 있어 보다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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