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뒷북치기 되풀이하는 전세 대책
정부가 어제 전세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가 상승세를 그대로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세입자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리면서 원룸이나 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즉 국민주택기금에서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올해 예산 4조2000억원에서 최대 5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혼부부의 전세 임대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공급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주택으로 쓸 수 있는 오피스텔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용면적 85㎡ 이하 오피스텔까지는 바닥 난방을 허용했다. 이 경우 역세권 상업지역이나 도심 재개발 사업지구 등에서 오피스텔 건축이 늘 것으로 보인다. 다세대주택 등을 건축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됐던 주차장 기준도 완화된다.
이번 조치는 오피스텔을 사실상 주택으로 인정한 셈이어서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높다. 무엇보다 오피스텔이 탈세와 투기를 조장한다는 측면이다. 주거용으로 쓰더라도 국세청 단속에 걸리지 않으면 주택 수 산정에서 빠지고 종합부동산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부동산 업계는 현재 준공된 오피스텔 가운데 80% 이상이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과세 당국에 주거용으로 신고된 곳은 10%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2004년 6월 오피스텔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바닥 난방을 금지하면서 업무용으로만 쓰도록 했다. 이제 와서 또다시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토록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만큼 오피스텔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책으로 주차시설이나 도로 등이 부족한 소형 주택이 늘게 되면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8·23 전세 대책'은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최근 전세난은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가 많았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대비가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후 서울 및 수도권에서 재개발 재건축 때문에 발생할 이사에 대해서는 이를 분산시키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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