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폐지 혼선] 오락가락 정책에 국민은 헤매는데..'뚱딴지' 정부

2009. 4. 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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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협의는 했나?… "우리도 피해자"법 통과전에 시행?… " 소급 적용이다"정책 일관성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

정부가 3월16일부터 사실상 시행하고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가 '시계 제로' 상황이 돼 버렸다. 한나라당이 15일 정책의총에서 당론을 결정짓지 못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된 것. 논란이 많은 사안을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시행했다는 지적(본보 3월18일자 1면 참조)에 "관행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던 정부로선 난감한 처지가 됐다.

정부는 그래도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할 판에, 오히려 적반하장격 해명과 변명으로 일관한다. 정부 당국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해명 5가지를 짚어본다.

하나, "우리도 당혹스럽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들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당정협의를 끝내고 발표를 한 건데, 한나라당이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책을 입안한 것도, 발표한 것도, 조기 시행한 것도 모두 정부다. 당시엔 "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않는 경우는 가정을 해보지도 않았다"며 입법부 권한을 침범하더니, 이제 와선 거꾸로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다.

둘, "법 통과 전 시행이 아니라 소급 적용이다"

정부는 법 통과 전에 양도세 중과 폐지를 미리 시행했다는 지적에 손사래를 친다. "법이 통과되면 3월16일부터 소급 적용을 하겠다는 것이지, 미리 시행한 건 아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초헌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한 반론이다. 맞는 얘기이긴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어차피 정부가 기대한 건 3월16일부터 다주택자들의 주택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 그 때부터 거래한 다주택자들은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한 만큼 사실상 미리 시행한 것이다.

셋, "아직 세금을 낸 사람은 없다"

법 통과가 불확실해지면서 혼선이 상당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아직 세금을 낸 사람은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주택 양도세는 양도일이 속한 달 말일부터 2개월까지가 예정신고 기간인 만큼 이미 일반세율로 납부를 마친 이들은 없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미 세금을 냈느냐 안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일반세율로 과세될 걸로 믿고 집을 팔았다가 낭패를 본 이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넷, "포퓰리즘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에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데 대해 일부 정부 당국자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지나치게 표심을 의식한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부 또한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서민들의 뜻에 동조(양도세 중과 폐지 반대)하는 것 못지않게, 부자들의 뜻에 동조(양도세 중과 폐지 찬성)하는 것 역시 포퓰리즘일 수 있다.

다섯, "거래동결 차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

법 통과 후부터 시행한다고 했으면 아무 문제도 없지 않느냐는 지적에 정부는 "거래동결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강조한다.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노후차 교체 세금 지원 때는 전혀 달랐다. 5월1일부터 세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내용을 3월말에 발표하면서 신차 판매가 뚝 끊겼다. 이 때도 정부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책 방식마저도 사안마다 일관성이 전혀 없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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