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규제 마구 허물기..부양 넘어 투기 불지핀다

2009. 4. 1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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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애기 곳곳서 반발

'3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 여당서도 "투기꾼 이익 보장"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완화' 서울시 "20% 지어야" 제동

정부의 부동산 규제 추가 완화안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정부 정책이 경기 부양 차원을 넘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를 불러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집값이 급등하며 투기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완화는, 집값 거품을 키우고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 투기 막을 최소한 안전장치는 있어야

정부는 경기 침체로 쌓여 있는 미분양 주택(2월 말 현재 16만1972가구)을 팔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푸는 것'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경기 부양 차원을 넘어 사실상 투기꾼 이익만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16일 "3주택 이상이면 투기적 수요"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지난해 12월 1가구 2주택자(50%), 3주택 이상(60%)의 양도세 중과세제를 2년간 완화하기로 한 바 있다. 이 기간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9~36%)을 적용받고 3주택 이상도 45%만 내면 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미분양 문제와 관련해 "집이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낮춰서 파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투기 자본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양도세 완화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도 몇 달째 검토하고 있다. 최근 강남 집값 급등으로 정부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어쨌든 해제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투기지역 지정을 풀면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가 풀리고 분양권 전매(되팔기)도 허용된다. 강남 부동산시장의 투기장화를 부추기는 셈이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강남이 상승하면 다른 지역도 곧 오른다"며 "실제로 투기지역이 풀리면 강남 집값이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지금은 해제를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완화의 후폭풍을 경고한다. 수도권의 집값 수준은 도시가계 소득, 곧 구매력에 견줘 지금도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투기수요까지 살려 집값을 더 키우면 언젠가는 거품이 폭발하며 국민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 서민용 소형 주택 수요 고려해야

최근 서울시는 재건축단지에서는 전용 면적 60㎡ 이하를 20% 짓도록 했다. 정부의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완화 방침을 거부한 셈이다. 서울시는 1~2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해 소형 주택 수요가 늘고 있고 시의 역점 사업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도 소형 주택 건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프트는 서울 거주 무주택자한테 인기가 높다.

소형의무비율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대립을 놓고, 전문가들은 명분은 물론 실리에서도 서울시가 앞선다고 말한다.

이영진 소장은 "서민을 시 외곽으로 몰아낼 수는 없는 거 아니냐"며 "도심에서 소형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은 재건축밖에 없으므로 서울시 방향대로 유지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도 "앞으로 10년 이상 내다보면 1~2인 가구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재건축 집주인만이 아닌 시민들의 주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종식 선임기자, 황춘화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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