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건설대책 실효성 '한계'..'실기' 논란도 제기

2008. 10. 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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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9조2천억원이나 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건설경기 활성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공공택지 해약 드물 듯 = 토지공사가 건설업체에 분양한 공공택지의 계약을 해제해 주기로 한 것과 관련 건설업체 A사의 고위 임원은 22일 "아무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임원의 주장에 따르면 계약 해제를 하더라도 건설업체에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고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새로운 자금을 마련, 은행에 내야 할 판이다.

즉 대부분의 건설업체가 공공택지를 살 때에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손잡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이 때 금융회사들은 적게는 땅값의 95%, 많게는 120%까지 대출해 준다. 즉 1천억원인 공공택지를 살 경우에는 950억원에서 1천200억원까지 대출해 주는 것이다.

건설업체가 토지공사와의 분양계약을 해제하면 금융기관에서 받은 PF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문제는 토지공사가 계약금(10%)을 뗀 나머지만 돌려준다는 것. 땅값이 1천억원인 경우에는 100억원을 뗀 900억원만 돌려주는 데 이는 곧바로 금융회사로 들어가게 되고 PF대출금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건설회사가 갚아야 한다.

A사의 이 고위임원은 "자기자본이 일부 포함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해제와 동시에 은행에 갚을 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여유가 없는 건설업체들이 새로운 돈을 마련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해약하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토지공사가 민간이 보유한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은 최대 개별공시지가의 90%만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체들에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업체로서는 토지공사가 향후에 되팔 경우에는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에 우선 급박한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 투기지역 해제는 '실기'(?) = 수도권의 투기지역을 해제하기로 한 것은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시장에 숨통을 터줄 가능성은 있지만 다소 때가 늦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의 기준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적용도 배제된다.

이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커지는 것이어서 돈 때문에 내집 마련을 못하고 있는 수요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얼어붙은 주택수요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대내외적인 경제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대출 규제 등을 아무리 풀어줘도 집을 사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부동산시장의 매수심리는 바닥을 기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9월에 신고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2만5천639건으로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또 실거래 신고제가 처음 시행된 2006년 1월을 제외하고는 가장 적다.

◇ 미분양 매입때 기분양자 반발 우려 = 정부는 건설업체 어려움의 최대원인인 미분양주택을 해소하기 위해 대한주택보증까지 동원하기로 했다.

주택공사가 작년말부터 나서서 미분양주택을 사들이고 있는 가운데 주택보증까지 가세하기로 한 것이다. 주택보증이 사들일 규모는 1만가구 수준으로 주택공사가 올해까지 5천가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2배에 이른다.

매입가격은 주택공사와 마찬가지로 감정가격이하지만 중대형주택까지 사 준다는 점에서는 주택공사와 차이가 있다.

주택보증이 미분양매입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주택보증 내부에서의 반발 기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입주자나 입주예정자들의 반발이다.

주택보증이 매입하는 가격은 감정평가금액 이내로 이는 분양가의 70-80%수준에 불과해 정상 가격에 분양받은 사람들로서는 자산가치가 떨어진다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주택공사가 매입한 지방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입주민들의 집단반발이 잇따랐다.◇ 건설업체 투자의욕 살리기는 역부족 = 정부가 밝힌 대책들이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건설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책을 받아들여 토지나 아파트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건설업체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용도로 활용할 뿐 신규 투자로 연결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정부의 대책은 건설업체에 임시 유동성을 지원하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 B사의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살아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로 이번 대책이 즉각적인 건설경기 부양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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