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유관순만 기억할까? 숨은 독립영웅 남동순의 이야기
[이정윤 기자]
▲ 광복회(회장 이종찬)는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연극 ‘반디’의 단체 관람과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광복회 경기도지부(지부장 김호동)와 극단 웃는고양이(대표 오수현)가 협력하여 진행했으며, 3·1운동의 상징적 인물 유관순 열사와 그녀의 동료 남동순 지사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반디’를 주제로 삼았다. |
ⓒ 광복회 |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수많은 '유관순'들의 이야기
17살 어린 나이에 '나'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공동체의 아픔과 목마름에 눈을 뜬 유관순. 그녀는 남들보다 이상하게 밝고, 정직하며 정의로웠던 청년이었다. 이러한 유관순의 모습은 우리에게 사뭇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녀의 남다름을 곱씹고 되새기며, 그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 이는 잊지 않기 위해 우리의 마음에 새겨야 할 이야기이다.
▲ 연극' 반디' 출연자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장면 |
ⓒ 광복회 |
연극 '반디'의 배경은 서울의 한미고아원이다. 상주가 없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치가와 사업가 등 돈과 명예를 위해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로 장례식장은 북적인다. 그러나 이들은 진정한 애도 대신 떠들썩하게 장례식장을 채우며 그곳을 떠난다.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할머니의 영혼은 이러한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때 한 일본인 할아버지가 장례식장에 들어선다. 그가 들어서자, 사람들은 독립운동가였던 할머니의 장례식에 일본인이 온 것에 대해 수근거리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자리를 떠난다. 홀로 남겨진 할아버지는 어색한 한국말로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어느새 할머니의 영혼은 그의 옆에 조용히 앉아, 미소를 지으며 그가 읽어주는 일기를 경청한다.
독립운동가 할머니와 일본인 할아버지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연극은 이 두 인물의 과거를 통해 한일 간의 복잡한 역사와 그 속에서 피어났던 인간적인 연민과 이해를 그린다. 이러한 이야기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역사 속의 진실을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잊혀진 독립운동가의 삶과 헌신
▲ 남동순 (1903년 출생 ~ 2010년 4월 3일 사망).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 3.1 여성동지회 회장으로 활동했으며, 1953년에는 한미고아원을 설립했다. 2005년 제1회 윤희순상, 국민훈장 목련상, 문화시민상을 수상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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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남동순은 '독립촉성 애국부인단'을 결성해 군인과 경찰에 대한 원호 사업을 펼쳤으며,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 '한미 고아원'을 세워 전쟁 고아들을 돌보았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어려운 이웃을 돌본 그녀의 삶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남동순 지사는 단지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었으나, 연극 '반디'는 그녀의 헌신적인 삶을 재조명하여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잊혀진 영웅들을 기억하며 우리도 횃불을 들어야할 것
▲ 광복회 경기도지부 김호동 지부장과 연극 ‘반디’의 연출 겸 작가인 손유진 씨가 토크 콘서트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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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며,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
▲ 연극 '반디' 토크 콘서트에서 광복회 이종찬 회장은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반디’의 추가 공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하며, 이번 행사가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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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회장은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아, '반디'를 전국민이 관람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공연을 추진할 계획임을 약속했다. 그는 "이 연극이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잊혀져가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단순한 연극 관람을 넘어 우리 역사와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남동순의 절규와 여운, 관객들이 전한 '반디'의 감동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한 관객은 "단순한 과거 속 이야기를 꺼낸 역사극이 아니다. 두 순이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며 연기자들의 몰입 덕분에 관객도 마치 무대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객은 "남동순의 절규를 통해 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욕구를 잘 표현한 점, 일본인과의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통해 한일 간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 동순의 창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몰입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연극 ‘반디’의 한 장면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모습은 독립운동가들이 품었던 뜨거운 독립의 열망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 광복회 |
▲ 연극 '반디' 포스터. 연극 ‘반디’는 10월 13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된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연극 관람을 넘어,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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