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썼다고 말하면 오히려 손해" 직장인들이 AI 사용 숨기는 이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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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앞서 KPMG와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이 지난해 연말 47개국 4만83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에 대한 신뢰·태도·사용'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58%가 업무에서 의도적으로 AI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31%는 매일 또는 매주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험 참가자들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직원이 일반 업무 도구를 사용한 직원보다 더 게으르고 대체 가능성이 높으며, 능력과 성실성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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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AI 결과물 내 것처럼 제출"
명확한 사내 기준 필요성 커져
직장 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업무 효율은 높아졌지만 보고서나 이메일을 누가, 어떻게 작성했는지를 둘러싸고 동료 간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AI를 사용했다고 밝히면 '게으르다'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을 우려해 사용 사실을 숨기는 직장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직장 동료 사이에 새로운 신뢰 문제를 만들고 있다"며 기업들이 AI 활용 기준을 명확하게 마련하지 않을 경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도입한 AI가 오히려 조직 내 협업을 해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KPMG와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이 지난해 연말 47개국 4만83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에 대한 신뢰·태도·사용'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58%가 업무에서 의도적으로 AI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31%는 매일 또는 매주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에서 근로자의 57%는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AI가 만든 결과물을 자신의 작업물인 것처럼 제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직원의 절반가량은 회사 정책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에서 생성형 AI 사용 정책이나 지침이 마련돼 있다고 답한 비율은 40%, AI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AI 사용을 숨기는 배경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AI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할 경우 스스로 일을 하지 않는 '게으른 직원'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 등이 지난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4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네 차례 실험을 진행한 결과, AI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능력과 업무 동기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른바 '사회적 AI 페널티'가 확인됐다.
실험 참가자들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직원이 일반 업무 도구를 사용한 직원보다 더 게으르고 대체 가능성이 높으며, 능력과 성실성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I 사용 사실을 상사나 동료에게 밝히려는 의향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기에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도 오히려 평가가 나빠질 수 있다는 'AI 공개의 역설'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학술지 '조직행동과 인간 의사결정 과정'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13차례 실험을 통해 AI 사용 사실을 밝힌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낮은 신뢰를 받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올해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직장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 글에 AI가 개입했다고 알려질 경우 글쓴이에 대한 신뢰도와 진정성이 낮게 평가되는 'AI 페널티'가 관찰됐다.
문제는 정작 사람이 다른 사람의 AI 사용 여부를 정확하게 가려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WSJ는 관련 연구들을 인용해 사람이 글을 보고 AI 작성 여부를 판단하는 정확도가 대체로 50~54% 수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실제 2025년 독일 대학 강사들을 대상으로 AI 생성 논문 문장을 구별하도록 한 연구에서도 AI가 만든 글 가운데 사람이 정확하게 AI라고 판별한 비율은 절반 수준이었다.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의 전체 판별 정확도 역시 54.3%에 불과했다.
결국 문장이 지나치게 매끄럽거나 형식적이라는 이유만으로 "AI가 작성했다"고 단정할 경우 실제 AI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동료나 부하 직원의 업무 능력을 부당하게 평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AI를 사용하면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어 직원은 사용 사실을 숨기고, 사용 사실이 공개되지 않자 동료들은 서로를 더욱 의심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단순히 'AI 사용 가능·금지'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업무별로 허용 범위와 책임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 IBM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서도 단순히 'AI를 사용했다'고 표시하는 것보다 회사 AI 정책을 준수했는지, AI가 업무의 어느 부분에 활용됐는지, 최종 결과물을 사람이 검토했는지 등을 함께 공개할 경우 AI 사용 사실을 밝히는 데 대한 부담과 부정적 인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 또한 기업이 실제 직원들의 AI 활용 방식을 익명으로 파악하고, 업무별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한 뒤 이를 조직 구성원에게 지속해서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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