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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빈 토스증권 대표이사가 해외주식에 쏠린 토스증권의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연금저축 상품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후발주자임에도 소수점 거래를 도입해 해외주식 강자로 떠오른 경험이 있는 만큼 연금저축에서도 혁신성을 담아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토스증권에 따르면 올해 연금저축 상품을 내놓는 등 개인투자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토스증권은 해외주식 거래를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해왔지만 경쟁 심화로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수익다각화를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커졌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말까진 해외주식 거래량 기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2위는 키움증권, 3위는 삼성증권 순이었다. 그러나 올해 키움증권이 이벤트를 활용해 고객을 더 확보하며 1위로 치고 올라갔고 중위권에서도 메리츠증권이 1000억원 규모의 수수료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등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키움증권(자기자본 약 4조9000억원), 삼성증권(약 6조9000억원), 메리츠증권(약 6조1000억원) 등은 모두 토스증권(약 1600억원)에 비해 자기자본 규모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초대형 증권사들이다. 경쟁이 본격화하면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외부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토스증권도 인프라 비용 추가 투자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활성화하며 자동화주문처리프로세스(SOR)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SOR은 투자자의 주문을 보다 유리한 시장에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 사이에서 가격, 거래량, 유동성 등을 고려한다.
고객의 유리한 선택이 가능한 편의 기능이지만, 문제는 구축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토스증권은 국내주식 거래량이 작아 큰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점이다.
토스증권은 외화증권에서 벌어들이는 수탁수수료수익 점유율이 15%로 2위에 올라 있지만 국내증권을 기준으로 할 때는 순위권 밖이다. SOR을 활용할 국내 투자자가 적어 시스템 구축의 실익이 크지 않은 셈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토스증권의 거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고객거래 데이터를 보면 비중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고객들의 편의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SOR 구축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토스증권이 연금저축 상품 등을 출시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할 경우 해외주식 시장의 경쟁률 심화와 투자비용 증가 등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금저축 시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대부분 진입한 고경쟁 시장이다. 국내 연금저축 시장 규모는 약 400조원으로 은행(약 50%), 증권(약 24%), 보험사(약 23%) 등이 모두 진출해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연금사업 조직을 강화하며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높은 수익률과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들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는 연금저축 상품 기획에서 김 대표의 전문성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본다. 김 대표는 1989년생으로 국내 증권사 대표 가운데 가장 젊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전자컴퓨터공학 학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5년 오픈마켓 플랫폼인 이베이코리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를, 2022년 토스증권에서 프로덕트 오너를 맡았다.
김 대표는 토스증권에서 해외채권 거래, 토스증권PC, 실시간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출시, 커뮤니티 서비스 고도화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기획과 출시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며 성과를 내 대표에 오를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빈약한 자본 규모와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라는 혁신 상품으로 소액투자자 시장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토스증권은 고객의 관심과 성원으로 큰 폭의 실적개선을 이뤄내고 있으며 향후 차별화한 기술력으로 전 국민의 투자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조윤호 기자